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을 참았다..

by 비둘기

항암 치료를 할 땐 해야 할 검사가 많다. 매일 새벽 5시쯤 피검사를 한다. 항암 시작 전엔 X-ray도 찍고,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도 한다. 입원한 김에 푹 쉬려고 했는데, 이리저리 참 바쁘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병원 3층에서 심장 초음파를 찍었다. 이상 없다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13층 입원실에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주위엔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세 분이 계셨다. 휠체어 탄 할머니, 할머니의 휠체어를 끌어주시는 아주머니, 나처럼 환자복을 입고 팔에 주사를 꽂은 아주머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분들의 대화가 들렸다.



“어머! 할머니 옷이 엄청 화사하고 예쁘셔요!”

“예쁘죠? 제 엄마예요. 제가 일부러 화려하게 입혀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라고요. 엄마는 이런 옷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이제 저 없인 못 움직이시니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혀버려요.”

“분홍색이 정말 잘 어울리세요. 꽃 모자도 예쁘고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두 분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간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별로 안 됐어요. 4년이요.”

“아이고, 오래되셨네. 꼭 건강 조심하세요. 저도 7년 동안 부모님 간병하다 보니, 당뇨가 와서 이렇게 병원 신세가 됐네요. 간병은 혼자서 하세요?”

“네. 독박이에요. 4년 내내 혼자 다 했죠 ㅋㅋ”

“아유.. 정말 힘드시겠다.”

“괜찮아요. 뭐가 힘들어요. 좋아요. 우리 엄마잖아요.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표정의 변화도 없으셨다. 대화를 하시는 두 분의 눈가가 조금씩 촉촉해졌다. 멀뚱히 앞만 보고 서있던 내 눈에도 서서히 눈물이 맺혔다. 다행히 그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세 분은 5층에서 내리셨다.



5층에서 13층을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마지막 말씀이 맴돌았다.

‘좋아요. 우리 엄마잖아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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