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여행하는 사람, 설다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집하기만 해도 바쁜 여행자.
삶이 오색 빛깔로 물드는 줄도 모르고
벌써 서른 두해를 넘겼다.
에디터 설다운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사람 설다운입니다. 이번 생에는 친구 같은 쌍둥이와 함께 태어나 마케터로 밥벌이하고 있습니다. 남은 여행 동안 앞으로 또 어떤 새롭고 재미난 일들을 해볼 수 있을까 기대중입니다.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준비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콘텐츠에 특화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서 콘텐츠마케터 혹은 에디터라고도 불려요. 중학교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문예창작을 전공했어요. 평소 재밌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저에겐 마케팅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글 쓰는 마케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시니어 연차에 접어드니 내가 가진 또 다른 재능들을 살려보는 길도 고민하고 있어요. 꼭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Q. 본인의 성격을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단어들이 어울릴까요?
개척하는, 변화가 많은, 참을성 없는, 독립심이 강한, 충동적인, 자발적인, 표현력 있는, 섬세한, 감성적인, 단호한, 추진력 갑!
Q.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과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어떤 사건을 전달할 때 흡입력 있게 이야기해 친구들이 귀를 쫑긋하고 들어줄 때가 많거든요. 제일 자신 없는 건 공부에요. 어떤 분야든 복잡한 논리를 이해하고 응용해야 하는 영역은 젬병이죠. 악기 하나를 배울 때도 음계의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냥 좋아하는 곡의 코드만 단순하게 외워서 치거나, 손으로 건반 위치를 외워버리는 편이에요.
Q.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OTT, 새벽에 자다가 깼을 때 옆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보리, 라이나 헬스장에서 헬스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하는 근력운동, 최유리의 노래, 좋아하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술과 과자를 한 상 차리고 냉동만두나 짜파게티를 분주하게 요리하는 것, 대파크림치즈맛 썬칩, 피어커피의 시나몬롤, 아차산 신토불이 떡볶이, 주엽역 틈새라면, 새들러하우스의 바질크로플, 포비에서 갓 구운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듬뿍 올려 한입 베어먹기, 집에서 파와 마늘을 송송 썰어 올리브오일 잔뜩 넣고 따끈하게 갓 말아낸 셀프 오일 파스타.
Q.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보다 책을 싫어했던 제가 책을 읽게 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사람이요. 중학교 1학년 때, 저보다 한참 어른스럽다고 느꼈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책장에 빼곡한 책을 보고 알 수 없는 존경심과 경쟁심을 느꼈던 게 기억나요. 그날 이후로 그 친구를 닮고 싶어서 오랫동안 따라다녔고, 그러는 동안 지금의 자아가 완성된 것 같아요. 이젠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금의 제가 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Q.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도전은 무엇인가요?
비건 연습이에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2020년 이후로 먹는 것에 변화를 줬어요. 가능하면 동물복지 계란을 산다든지, 점심에는 일반식을 하지만 저녁에는 고기를 가급적 피한다든지 하는 식이죠. 그래도 먹을 수 있는 건 많아요. 미역국, 두부조림, 야채카레, 버섯파스타, 된장가지구이 덮밥, 오꼬노미야끼, 마늘 듬뿍 넣은 오일파스타. 물론 처음 도전했을 때보다 고기 섭취에 무뎌졌지만, 지금도 집에서는 고기가 들어간 요리를 하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싶거든요.
Q.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어요.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어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날 때부터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것에 약한 DNA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느 정도냐면, 중학교 1학교 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슬퍼서 집에서 엉엉 울었어요. 그래도 그땐 하루 이틀만 우울하고 말았죠. 고등학교 땐 첫사랑과 헤어지고 몇달을 식음전폐했어요. 나이가 들면서는 마음을 잔뜩 나눈 사람과 멀어질 때마다 삶이 멈추는 경험을 해요. 전 한 번도 이별을 이겨본 적이 없어요. 이긴척하고 지낼 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시간만 한 약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Q. 주로 어떨 때 슬럼프가 오고,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도저히 내 힘으로 깰 수 없는 벽을 만났다고 생각이 들 때 슬럼프가 와요. 마케팅을 하면서 제가 약한 분야의 일을 맡을 때가 있어요. 자동차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기아를 맡았을 때도 그랬고 생명보험사에서 상담센터의 DB 배정 업무를 담당했을 때도 그랬죠. 극복 팁 같은 건 없어요. 부딪히고 깨어지는 동안 계속 상처 나도록 두죠. 그 길 끝엔 이만큼 부딪히고 깨어져봤으니 이제 다른 길로 가겠다고 고백하는 것 밖에는 없었어요. 그렇게 새로운 길로 나아가 여기까지 왔고요.
Q.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유니클로에서 일했을 때요. 얼마나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지금도 가끔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꿈을 꿔요. 꿈에서 널브러진 옷을 열심히 개거나 수선실을 왔다 갔다 하고 휴게실에 ‘실례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들어가요. 현장에서 직접 동료들과 부대끼며 일했던 첫 경험이자, 점장을 꿈꿀 만큼 인정욕구가 가장 높았을 때라 그런지 쉽게 잊히지 않나 봐요. 몸은 힘들었지만, 잘 잡힌 체계 안에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생활이 잘 맞았죠. 다시 파트타이머를 한다면 또 신나서 하겠지만 점장까지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어요.
Q.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실패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2년 동안 논술 입시를 준비했어요. 서울권 4년제에 들어갈 거라고 기대할 만큼 논술 성적이 우수했지만, 경기권도 못 갔죠. 누구보다 글쓰기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바닥째 흔들렸어요.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글쓰기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결국 문예창작과를 갔고 글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니 재밌죠. 입시는 실패했지만 그때 논리적으로 글쓰기를 연습한 덕인지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요구하는 상황마다 능숙하게 해내는 스스로를 보면서 소용없는 시간은 아니었다는 안도를 느껴요.
Q. 만약에 당신에게 100억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마음껏 상상해 보세요.
일단 일산 비버리힐즈에 마음에 쏙 드는 전원주택을 한 채 사고 싶어요. 넉넉한 돈이 생긴다면 꼭 일산에 정착할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콤팩트한 SUV 한 대를 구입할 거예요. 주말마다 1:1로 요가를 배우고 매주 보컬, 기타 학원을 다니면서 음악도 공부하고 싶어요. 나머지 시간엔 드라마, 영화화를 목적으로 한 웹소설을 쓸 거예요. 새로 나온 뮤지컬이나 연극이 있으면 늘 VIP석 티켓을 구입해 틈틈이 문화생활도 하고요! 돈 쓰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겠죠.
Q. 요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라고 생각할 만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단순히 머리를 하고 옷을 갖춰 입는 것을 넘어서 회사에서 내 모습이나 친구 관계에서의 내 모습, 심지어 혼자 있을 때 내 모습까지도요. 가끔 마음이 급해서 충동적으로 한 선택으로 후회하거나 실망할 때도 많지만, 그 또한 나다운 모습이라고 받아들여요.
Q. 지금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는 일을 관성적으로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에요. 물론 마케팅은 좋아서 선택했고, 지금까지 계속할 만큼 잘하는 일이 맞아요. 그런데 문득 제 안에 이루지 못한 꿈이 많다는 걸 느꼈요.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를 보다가 말하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유미의 세포들>을 보면서 웹소설이나 드라마 작가에 대한 꿈을 너무 오래 덮어뒀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현재의 수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꿈을 탐낸 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라 고민이 커요. 전혀 다른 길을 안전하게 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그걸 계속 고민하는 중이에요.
Q.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삶의 목적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우연히 불시착한 지구별의 여행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이 여행의 목적을 정해야 한다면, 가능한 많은 행복을 경험하고 떠나고 싶어요.
Q. 10년 뒤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의 저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만듦새가 멋진 일상을 사는 거예요. 렌트카를 타고 돌로미티도 가보고, 구글맵에 아주 옛날에 즐겨찾기 해두었던 프랑스 소도시도 가보고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삶이 더 알록달록 해졌으면 좋겠어요. 주저했던 꿈도 대차게 시도했다가 실패해 보며 잠깐씩 잠 못 드는 밤도 있길 바라요. 아! 다른 건 몰라도 10년 뒤엔 꼭 안락한 나만의 집 한 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Q. 당신의 묘비명에는 무엇을 남기고 싶나요?
잘 놀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