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생활 풍경들이 달라졌다. 각종 행사나 모임은 취소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던 장소일수록 더 한산해졌다. 대학병원 응급실이 한가하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의무상 마지못해 가던 애경사를 덕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위에는 휴업 중인 학교나 유치원 때문에 손주들 보러 원정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뿐인가, 뜻밖으로 감춰진 것들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으니. 이래저래 경제적으로 타격이 클 이웃들도 맘에 걸린다. 그래도 택배 회사는 성업 중이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란다. 가전제품이나 의류를 판매해야 수익이 나는데 죄다 식품이나 생필품만 주문해대니 주문량만 많지 수익성이 떨어지니 달갑지 않다는 이야기다.
제각기 보는 시각이나 사정이 분분하다.
오늘 아침 더는 미룰 수 없어 차의 리콜 수리를 받으려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는데 여기 역시 나뿐이다. 요즈음은 사람이 오지 않아 거의 개점휴업 수준이란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의 표정이 잘 읽히지 않는다. 나 역시나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있던 잡지를 보았는데 나오면서 손 소독제로 소독을 하고 나왔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곳이라는 생각에.
무엇보다 도서관이 휴관 중이라서 책을 반납도 못하고 새로 빌리지도 못하니 집에 있던 책을 뒤져보게 된다. 나름 숙제를 하는 의미도 있다. 언젠가는 읽으리라 하고 통독을 하고 꽂아 뒀던 책을 다시 보게 되니.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 모임에 총무가 모임 장소 대신 모일지 말지 의견을 구하는 문자가 왔다. 하루가 넘도록 다들 묵묵부답이다. 아마도 다른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는 모양새다. 나중에서야, 불안하니 이번 달은 모이지 말자는 한 친구의 문자가 왔다. 그 친구는 타지에서 기차를 타거나 차를 가지고 오는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멀리서 오는 그 친구의 반응을 살폈던 듯 그 이후에야 다들 답을 한다. 이럴 때 7명 중 한 명이 반대하면 안 모이는 게 당연지사니까.
사람들은 모임이 줄고 갈 곳이 줄어 일상이 단순해져 생기는 시간을 다들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다. 그동안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 아쉬웠던 가족이 모이니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지 아니면 오히려 더 불편해할지, 뜻밖의 여유 시간이 반가울지 아니면 부담스러울지, 시선을 안으로 돌리며 느긋해하고 좋아할지 아니면 갑갑함으로 죽을 지경 일지 잘 모르겠다.
전에 잘 보지 않던 TV를 아침저녁으로 보다가 그중 "집"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그중 주택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전에 아파트에서 살 때는 시간 날 때 자꾸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욕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뭔가를 가꾸고 기르는 재미, 비용 치르지 않고 얻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누리는 재미에 빠지면 밖으로 향한 목마름이 사라지는 것은 지당한 이야기. 이번 경우를 생각해보니 똑 같이 집에 머물더라도 트인 공간과 앞이 가로막힌 소위 "벽뷰"를 가진 방에서 머무는 사람은 얼마나 느낌이 다를지 생각해본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보내는 일들이 잠시 멈춘 요즈음.
이 상태도 얼마 후면 곧 끝나겠지만 그 사이에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시각을 가지며 생각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