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네

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시우

찬바람을 싫어하는 데다 전기세 무서워 모셔만 두던 에어컨을 올여름은 내내 가동했다. 나이 들어가니 기력이 딸려서인지 더위보다는 꿉꿉한 것을 못 견뎌서인지 전에 없이 에어컨 신세를 졌다.

코로나 시대를 지내며 어디 안 나가고 집에 있는 게 코로나 극복에도 도움도 되고 제일 안전하다 싶었는데 이젠 발전해서 시원한 거실에서 올림픽 경기 시청하며 지내는 것이 제일 편한 일상사가 되었다. 움직이면 무조건 더운 날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서늘한 거실 바닥의 마루에 등을 대고 누워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지냈다. 온종일 이렇게 지내다 저녁이 오면 뭔가가 미안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CF 문구를 스스로 읇조리며 '난 쉬어도 돼, 그럴 자격 있어. 그동안 열심히 살았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날에도 나가보면 도로나 건축 현장에서 공사하는 분들은 땡볕 아래에서도 어김없이 일을 했고 헬멧에 마스크 쓰고 배달을 하는 분들은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를 바삐 다녔다. 내 게으른 일상의 여유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젠 입추가 지났고 이번 주에는 말복과 칠석이 있다. 이어서 곧 모기 입이 삐뚤어지고 찬바람이 난다는 처서가 온다. 처서가 오면 확실히 여름이 가는 게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제는 자다가 창문을 닫고 잤다. 앞 산에서 서늘한 냉기가 들어와서 잠결에 홑이불을 끌어와 덮다가 안 되겠다 싶어 창문을 닫은 것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어김없이 더운 기운이 일고 앞 산에서는 말매미에다 쓰르라미까지 목청껏 울어댄다. 아직도 짝짓기를 못한 녀석들이 마지막 기회를 노리나 보다. 굴곡 없이 시끄러운 녀석들의 울음에 가끔 참매미 소리가 얹히면 마치 오케스트라의 솔로 연주자처럼 조화를 이룬다. 찌르르르~쓰르르르~~~ 위에 얹힌 매앰맴~ 매앰맴~ 게다가 가끔씩 "꾸우욱 꾸우욱 꾹꾹~"하는 맷 비둘기 소리가 멀리서 어울려 여름 숲은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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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면 늘 같은 것 같아도 같은 건 없다. 매 순간 변하고 늘 새롭다. 세상도 자연도 나도.

오늘따라 하늘이 시리게 푸르고 흰구름이 눈부시다. 어려서처럼 마당의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넉넉한 풍광은 아니지만 곧 정점을 지날 울창한 푸른 숲과 서서히 움직이며 모양을 바꾸는 뭉게구름을 창 너머로 무연히 바라본다.

이 더위나 코로나 또한 때가 되면 지나갈 것이다. 자연이 늘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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