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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 Jan 22. 2022

만화『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제작기 03

마녀와 공주

지난번 제작기 02에서는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원작을 찾아 이탈리아 민담, 러시아 연극계, 그리고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https://brunch.co.kr/@dozagi925/60


이번 글에서는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만화로 재해석하면서 중점적으로 바꾼 부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1.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속 여성 캐릭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이야기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왕궁에 사는 인물, 크레온타의 성에 사는 인물, 마지막으로 무대와 객석 사이에 머물며 때로는 무대 밖에서 무대를 평하고, 때로는 무대 안으로 들어와 극 전개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이 있다.


그중 여성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속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악역

 - 파타 모르가나 : 마녀. 왕자에게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에 빠지는' 저주를 거는 장본인.

 - 스메랄디나 : 파타 모르가나의 부하. 왕자가 구출한 공주 니네타를 쥐로 변신시켜 자신이 대신 왕자와 결혼하려다가 결국 발각되고 도망간다.

 - 클라리사 : 왕의 조카딸. 우울증에 걸린 왕자를 죽이고 수상 레안드로와 결혼해 왕국을 차지하려 한다.

(2) 왕자의 구출 대상

 - 공주 리네타, 니콜레타 : 마법에 걸린 세 개의 오렌지 안에 갇혀있던 공주들. 오렌지의 마법에서 풀려나지만, 마법에서 풀려난 직후 갈증 때문에 죽는다.

 - 공주 니네타 : 마법에 걸린 세 개의 오렌지 안에서 세 번째로 풀려난 공주. 다행히 제때 물을 마시고 살아나 후에 왕자와 결혼한다.


 이렇게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여성 캐릭터는 크게 악역과 왕자의 구출 대상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이 극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주인공인 왕자에게 구출되어야 하는 수동적인 대상이거나, 반대로 여성으로서 능동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마녀 혹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마녀, 파타 모르가나

특히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더욱 불편했던 점은 여성 캐릭터 중 마녀를 다루는 방식이다.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왕자를 웃게 하기 위해 파티를 연다. 파티에서 왕자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 이유가 바로 마녀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여느 동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마녀는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다. 그래서 마녀 파타 모르가나는 몰래 파티장에 들어가고, 이것이 발각되어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마녀는 넘어지고, 이때 그의 속바지가 보여서 그 모습을 보고 왕자는 "하하하하!" 크게 웃기 시작한다. 


아래 영상에서 왕자가 마녀를 보고 웃는 장면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beaa-8hCzP4?t=2438


결국 마녀는 분노하여 왕자에게 저주를 건다. 그 저주는 바로...


너는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의 저주에 걸릴 것이다.
낮이나 밤이나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떠돌아다닐 것이다. 


마녀의 무시무시한 저주... 그것은 바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왕자가 웃는 이유가 너무나도 불쾌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넘어져 속바지가 보인 마녀는 얼마나 불쾌했을까? 거기에 왕자는 공개적으로 마녀를 비웃었다. 이 정도면 왕자는 마녀의 저주를 받을 만하지 않은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왕자가 한 행동들은 옳은지 그른지 판단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고, 되려 이야기 속 악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녀의 모든 행동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마녀 파타 모르가나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싶었다. 바로 주인공의 조력자로 말이다.


대신 원작에서 주인공(왕자)을 돕는 조력자였던 마법사는 반대로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는 공주에게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저주를 걸게 된다.

주인공이 크레온타의 성에 도착하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 도움을 주는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속 마녀 파타 모르가나


주인공 니네타에게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는 저주를 거는 마법사 첼리오




3. 웃지 않는 공주, 니네타


사실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주인공인 왕자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설정이었다. 우울증에 걸려 사는데 의욕을 잃고 아프기만 하던 주인공이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받고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전통적인 동화의 서사(왕자가 모험을 떠나 공주를 구한다.)에 다소 독특한 소재(우울증, 오렌지)가 가미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런 원작의 독특한 소재(우울증, 오렌지라는 사랑의 대상)를 유지하되, 주인공을 왕자에서 공주로 바꾼다면 이야기가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궁금해졌다.


이런 고민이 바로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프롤로그에 나와있다.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프롤로그 중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프롤로그 중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프롤로그의 마지막 장면에는 니네타가 직접 등장한다. 그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원작을 읽고는 왕자, 왕, 왕국 등이 나오는 이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바꾼다. 주인공은 니네타, 그는 공주이고, 우울증에 걸렸다...


즉,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나온 니네타가 바꾼 이야기이다. 그의 손에서 원작에서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공주가 주인공으로서 이야기 전면에 나선다. 


니네타가 바꾼 만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공주 니네타는 우울증에 걸려 이유 없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웃지 않는다. 한 번만 웃어달라는 광대의 부탁도 단번에 거절한다. 하지만 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게 된 이후, 니네타는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에 나선다. 


니네타는 말한다. 

"세 개의 오렌지를 찾으러 가지 않는다면 다시 우울증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세 개의 오렌지(사랑)를 찾으러 가야 한다."라고.


왕은 결국 니네타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니네타는 모험을 떠난다!


사랑하는 세 개의 오렌지를 찾으러!



 그렇다면 니네타는 사랑하는 '세 개의 오렌지'를 찾을 수 있을까?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저주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니네타의 모험은 어떻게 끝날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바로 다음 이야기에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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