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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Mar 07. 2016

사춘기 자녀 vs 갱년기 아빠

얼마 전 한 단체에서 주관한 강연에 참가했다.
주제는 <사춘기 자녀를 둔 아버지 역할>이었고, 강연자는 <마더쇼크>, <파더쇼크>, <가족 쇼크>를 기획한 김광호 PD였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인 나에게 사춘기 자녀는 저기 구름 뒤에 숨은 산과 같이 눈앞의 현실은 아니지만, 얼마 전 주위의 사춘기 자녀를 둔 지인을 보고서 설마가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시하고 강연에 참석했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고, 맨 마지막으로 쓰윽 강의실 문을 닫고 앉았다.


두리번두리번.

나와 비슷한 이가 있는지 살폈으나, 대개 첫째가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이지만 역시 엄마들이 더 많았다.    
    


드디어 강연 시작.     


사춘기(思春期)    


국어사전에 의하면 사춘기는 인간 발달 단계의 한 시기로, 신체적으로는 이차 성징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자의식이 높아지면서 성숙기에 이르는 시기를 말한다.    


강연자는 성장이 눈에 보이는 신체의 발달과는 달리 정신적 변화, 뇌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감정적 변화에는 부모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사춘기 자녀가 아니어도 아이의 감정적 변화에 관심을 갖고 알아채는 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고백할 뻔했다.)    


그는 사춘기 아이들의 변화는 사전에서 정의한 것처럼 인간 발달의 한 단계로 당연한 것이며 아이의 변화에 맞게 부모도 역할 변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현실에서 부모의 역할 변화가 있는데, 그 방향이 좀 다르다고 할까?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는 대학 진학을 위한 본격적인 학습을 준비한다. 즉,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아니라 학습에 초점을 두고 부모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예체능을 여유롭게 배우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점수로 된 성적표를 받는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와 힘겨루기를 시작하는 사례를 소개했을 때, 내 마음도 쿵쾅거렸다.    
 

그 점수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이야 잘함, 보통과 같이 모호한 표현으로 아이의 학교생활을 접하지만, 30점, 70점, 90점으로 마주한다면 어느 지점에 걱정 없이 만족할 수 있을까?   

     

참석자는 그와 함께 부모의 역할, 특히 아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나누면서 아이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의 영역에서 떠나보내도록, 조금씩 삶의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했다.


        



요즘 대세인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카톡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아빠가 있다.

그런데 대화창에는 노란색 말 상자만 보인다.

아이는 묵묵부답.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TV를 시청하고 있는 아이에게 묻는다.     

“왜 답 안 해?”
“아빠니까”
“아빠 무시하는 거니?!”    


친구였으면 했을 대답을 아빠니까 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여러 사례를 보여주면서 아빠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사회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아빠가, 유독 가족관계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겠거니 생각한단다. 그러니 먼저 자녀를 인정하고 아빠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해야 한다고.     


“그 게임은 뭐야?”, “재밌니?” 하면서 아이를 인정하고 말을 이어가는 것이 순서라고 한다.     

훈육은 자녀와의 애착관계가 형성한 다음  진행하며, 서로 신뢰가 없는 부모의 훈육은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체벌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초2 자녀와 대화하면서 아이의 무응답이나 엉뚱한 화제 전환으로 이 녀석이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치솟을 때가 있다. 워~ 워~ 하며 나의 감정을 다스리기도 전에 목구멍을 통해 “화”는 발사되어, 소위 로켓 배송으로 신속 정확하게 아이의 마음을 강타하기도 한다.     


그런데 더 걱정인 것은 이런 내가 점점 갱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첫째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성장하는 중학생이 될 즈음, 아빠는  삶에 뭔지 모를 빈 곳이 많고, 노력에도 울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며, 그 원인이 나의 부족 때문인 것만 같아 점차 사회에서 가정에서 존재감이 흐릿해짐을 느끼며 급속히 우울해할지도 모른다.     


덜컥 나도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한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아빠의 빅매치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는 포옹하는 아빠를 소개했다.     

사춘기 아이가 아빠가 포옹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그런데 이 아빠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꾸준히 포옹했어요.
아빠를 위아래로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 무반응을 참고 견디며, 묵직하게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마음을 전했어요.
그러자 자녀도 조금씩 아빠를 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아내와 두 딸은 흠뻑 잠들었다.  
   

발로 차고는 깔아뭉개 버린 이불을 꺼내어 살며시 덮어준다.

이마에 손을 얻고 마음을 전한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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