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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Aug 23. 2016

예상치 못한 육아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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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눈~ 눈~
괜찮아? 세수해. 여기 씻어줄게. 잠깐만 참아.
......
시원해?


욕실에서 퍼지는 두 아이의 목소리 짜증 났다가, 긴박했다가, 안도했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덕에 이제 그만 물놀이를 끝내고 씻겨줘야겠다고 문을 열었는데,    



첫째가 수건을 들고 둘째의 젖은 머리를 닦고 있다.     





더운 날, 더운 집에서 더운 녀석들이 서로를 괴롭히며 참 덥게 놀고 있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도 씻기를 싫어하는 녀석들에게

욕실에서 물놀이를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너희 둘이 같이 씻을래? 언니가 동생을 씻겨주면 아빠가 언니 씻겨줄게.” 하고 제안했다.     

“그래! 그럼 아빤 여기 오지 마!” 하는데 대답에,

그래 씻긴 하겠어? 일단 물에 젖으면 어쨌든 씻게 되겠지... 했데,


웬걸 정말 씻겨주었다.     

세 살 동생을 수건으로 감싸고 밖으로 보내며, “로션은 아빠가 발라줘~” 하는 첫째 목소리가 어찌나 대견하던지.     

이에 질세라, “나는 언니가 이 만큼 좋아~~” 하며 양팔을 쫙 펼치는 둘째가 귀엽다.     


아빠랑 목욕하는 것보다 언니가 눈높이에서 씻겨주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일까.    

어쨌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힘들게 입씨름, 몸 씨름하며 둘째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 아빠가 과자를 내어주니,

다시 시작된다.     


잠시 잊었던 “이거 내 거야~!” 하는 비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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