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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ul 18. 2023

엄마 많이 닮았네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엄마아빠 중 누굴 닮았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99% 아빠였다. 보통은 외모에 관한 언급인 경우가 많고, 성격으로 들어가더라도 나는 아빠 쪽인 편이라고 생각하곤 했으니까. 엄마와 나의 닮은 지점이라고 해봤자 음악적 소양(?) 정도뿐이라고 여겼다. 참, 아픈 뒤라도 엄마의 노래는 기가 막힌다. (아빠는 반 정도는 음치라 그걸 안 닮은 게 심히 잘된 일이다)


요즘 엄마는 읽는 데 여념이 없다. 걸으면서나 차 타고 이동하면서나 눈에 보이는 글자를 죄다 읽는다. 간판은 기본이고, 펄럭이는 현수막이나 멀리 있는 글까지 어쩜 그렇게 잘 찾는지 놀라울 정도다. 대구에서 차를 타고 오는 길에는 '도둑놈'이라는 현수막의 글자를 읽고 혼자 크게 웃었다. 한 정치인의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을 비판하는 현수막이었다. 아무튼 간에 쓰여있는 게 뭐든 읽는다는 말이다.


엄마의 이런 모습은 글을 막 읽을 수 있게 된 아이 같기도 하다. 일단 발견하면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에 작은 소리로 읽어나가곤 하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생각을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의 엄마와 비슷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 간판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는데 엄마아빠는 그게 내가 글을 빨리 깨친 이유일 거라고 말하곤 했다. 나와 시간을 오래 보낸 친구들은 알겠지만 내게는 아직도 간판을 소리 내 읽는 습관이 있다. ‘의미’나 ‘유래’에 대한 나의 지나친 호기심은 어쩌면 엄마 쪽에서 온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 닮은 구석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아빠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서 엄마와 셀카를 한 방 찍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꺼내볼 사진도 하나 있으면 좋으니까.


닮았나요?


"엄마 많이 닮았네 ㅋㅋㅋ"
"어릴 땐 엄마 많이 닮았었음 ㅋㅋㅋ"

가족 톡방에 엄마와 찍은 사진을 하나 올렸더니 작은누나가 곧바로 덧붙인다.


그러네, 살펴보니 얼굴도 참 많이 닮았다. 이제부턴 자신 있게 엄마 닮았다고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왜 이제까지 아빠만 닮았다고 해왔지? 그리고 의심조차 없이 그게 사실이라 굳게 믿어왔지? 사진을 뚫어져라 보다가 또다시 울컥한다. 서울에 지낼 때면 엄마가 나의 눈물 버튼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멍청하게도!


엄마한테 사진을 보여주니 허허, 하고 웃고 만다. 엄마는 울고 싶은 내 마음을 전혀 모르겠지.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흐읍, 들숨과 함께 울음을 삼켰다. 엄마 아들로 30년 살았지만 아직 알아갈 게 많다. 엄마가 조금 더 힘내 줬으면 좋겠다. 나 아직 엄마를 잘 모른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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