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에 담지 못한 이야기

2학년 아이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다

by 지천

2학년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이번 학기에 편입을 한 소왓이 점심 식사하러 같이 안 가냐고 묻는다. 일전에 보파 선생님과 이야기한 날이 오늘인 모양이다. 그때 보파 선생님과 이야기 하기를, 2학년과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데 보파 선생님이 같이 자리 하면 좋겠다. 2학년들은 아직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소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보파 선생님이 같이 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나는 다음 주 수요일 시험을 치고 난 뒤에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오늘이 그날인가? 알고 보니 보파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과 점심 약속을 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이미 아이들과 한 약속에 나를 초대한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얼른, 다음 주 시험을 마치고 내가 여러분에게 점심을 사고 싶은데 시간을 내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보파 선생님은 어디로 나갔는지 사무실에 없었다. 전화를 하니 이번에 2학년으로 편입을 한 다라 씨의 승용차를 타고 오면 된다고 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문 맞은 편 도로에서 올해 졸업한 몬타이를 만나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학교에서 제법 먼 거리에 있어서 차로 한참을 달렸다.

상커강을 넘어 바탐방 시청을 지나고서도 한참을 달려 식당에 도착했다. 전원 속에 묻힌 듯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야외에 테이블이 많이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물론 야외이기는 하지만 지붕이 덮여 있는 곳이어서 비가 와도 괜찮을 것 같았고 따가운 햇살 역시 침범하지 못하도록 해 두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원형 테이블, 음식을 주문하고 난 뒤에 처음 같이 출발하지 않은 학생 몇 명이 더 온다고 한다. 모세, 리야, 이, 레악싸, 스레이닉 이렇게 다섯 명이 합류를 한다고 했는데 음식을 더 시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같이 나눠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음식이 나오는 동안 나는 계속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었다. 뉴스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그러다가 잠시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어제 한국에서 있었던 사태에 대해 짧게 보파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보파 선생님은 캄보디아에서는 그렇게 못한다고 한다. 무엇을? 시위를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건 알고 있다. 이 사회가 그렇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가 음식이 나와 같이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난 뒤 아이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옆에 있는 전통가옥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식당 안에 있는 산책로를 같이 걸었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꽃과 풀이 어우러져 있었고 캄보디아의 옛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담으며 오래 기억할 수 있는 풍경으로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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