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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Mar 25. 2021

Ep.02 : 알코올 중독

탐닉의 중격

" 내 주변을 맴도는 모든 불행의 원인과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었다..."




                                                                                                                                                                                                                                                                                                                                    

국 모두가 나를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방에 쳐박혀 막연하게 누웠다. 지나간 일이 머릿속을 자꾸 맴돌아 미쳐버릴 것만 같다. 가늘고 날카로운 자책의 송곳이 쉴 새 없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떼어내려고 해도 도저히 이 고통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나마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주와 담배, 그리고 무의식으로 나오는 긴 한숨 뿐인가...



사실 처음부터 실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 사업은, 결국 나를 비롯한 가족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왔다. 같은 인간에게 배신당했다는 분노와 이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무엇보다 모든 것을 잃은 나에게 문득 다가온 좌절감과 외로움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일들이 아직도 마치 꿈만 같다. 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처참하게 패하고 사지가 찢긴 부상병처럼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나를 바라보는 와이프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복잡했던 눈빛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실망과 경멸의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다. 무미건조한 괜찮냐는 말 한마디, 이미 구멍난 내 가슴에 전혀 효과가 없다. 자꾸만 무언의 속삭임으로 가정의 행복을 무너뜨린 내 행동을 끝없이 비난하는 것 같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울음소리와 끊임없이 들리는 전화 벨소리.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내 가정의 울타리가 살아있는 지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책하고 분노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떠난 버스를 잡기에는 이미 거리가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눈을 감을 때 마다 이 모든 일들이 제발 꿈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만큼 잊고 싶었던 치욕과 고통스러운 나날들... 잊고 살기 위해 미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잠깐이라도 모든 걱정과 근심, 수 많은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무언가가 절박했다. 그렇게 나는 현실도피와 구원의 열쇠로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술이 내 몸과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사람들과 기분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닌, 술 자체가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 몸 안에 존재하는 위와 장을 거쳐 간을 촉촉하게 적시는 술의 넘김이, 마치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술이라는 밥상의 구성요소인 에틸 알코올(Ethyl alcohol)은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는 화려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술이 깨면 즐거웠던 상상의 파티는 온데간데 없고, 폐허가 된 내 가정과 벌거벗은 내 몸을 다시 마주한다...   



눈 앞에 펼쳐진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장으로서 빨리 기운을 차리고, 예전처럼 다시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술에 쩔어있는 지금의 나와 대면한다. 날이 갈수록 에틸 알코올은 이전에 마셨던 양으로는 더이상 화려했던 상상의 파티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파티의 시간과 규모가 축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양의 소비로 상상의 파티를 요청했다. 그렇게 매일 술의 향연을 벌였다.


                                              


                                                                                                                                                                                                                 

롭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나를 진정으로 위로해 준 유일한 친구라는 감정이 앞섰다. 멀리 마음 한켠에 보이지 않는 목적을 가지고, 계속 나를 유혹하는 사기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술을 마실수록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부터였다. 갈수록 블랙아웃(Black out : 필름 끊김)의 빈도가 늘어나,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와 내 행동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전화 벨소리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화 거는 것 마저 두렵다.  



어느덧 술의 영향이 내 가족까지 미쳤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누구보다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와이프와 잦은 다툼은 원만한 해결책을 이끌어 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는 서로 지쳐갔고, 당장 와이프와 아들 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그렇게 둘을 떠나보냈다. 그들이 떠나간 텅빈 공간에 홀로 있는 고통은, 내 왼쪽 어깨를 타고 내려가 둔부에 이르는 살점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사업 실패와 이별의 폭풍이 빚어낸 참을 수 없는 고통, 어떻게든 잊고 싶었다. 아니 영원히 잠들어 있고 싶었다. 모두 떠나간 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은, 지칠대로 지친 내게 너무 가혹한 시련이자 절망의 연속으로 남았다.



                                              


                                                                                                                                                                                                                                                                                                                                                   

치고 지쳐 이제는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졌다. 일과 결혼생활이 즐거웠던 그 때, 누구보다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나였는데... 오늘도 어두운 골방에서 왼 손에 담배, 오른손에 술병을 들고 있다. 그리고 TV를 켜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한 루틴이 반복되고 있다. 



시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버렸다.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홀로 남겨진 나를 원망하고 떠나간 사람들을 증오하며 보낸 시간에, 꼬리를 흔들며 나를 쳐다 보고 있는 우리 강아지가 있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이 녀석은 홀로 남아, 여읜 모습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청이 터져라 소리내어 울었다. 술에 빠져 보낸 시간이 너무나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결국 모두가 떠난 이유는 잘못된 나의 행동과 감정 표출 때문이었다. 이 못난 내 감정들을 받아주느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했다. 귀를 관통하는 나의 울음 소리에 강아지가 놀랐다. 나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그동안 보살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강아지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내 간식을 챙겨주며 행동으로 보답했다. 강아지를 바라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든건 무엇 때문이었을까...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보인다.                                                                                        



움직여야 산다.

                                                                                                                                                               


* 결자해지(結者解之) :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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