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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Mar 24. 2021

Ep.01 : 게임 중독

탐닉의 중격

" 세상에 거부할 수 없는 세 가지 진실이 있다. 모든 일에 정답과 비밀, 그리고 공짜도 없다는 것이다."




                                                                                                                                                                                                         

간이라는 존재가 어리석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항상 똑같은 나날의 연속, 눈을 떠보니 항상 바라보는 색 바랜 누런 천장이 보인다. 본능적으로 물과 음식을 찾는다. 나에게 음식은 맛을 음미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생존을 위해 섭취하는 단순한 행위일 뿐이다. 이윽고 켜져 있는 컴퓨터를 향해 몸을 옮긴다. 게임에 접속하고 내 아바타의 STATUS(지위, 신분)을 체크한다. 게임 속에 존재하는 내 분신은, 내 감정과 자존심을 투영한 유일한 자기 만족이자 행복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내 기분도 매일 온탕과 냉탕을 반복한다.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참혹하고 불공평한 공간으로서 존재했다. 뛰어난 외모도.. 경제력도.. 세상을 선도하는 특출난 능력도.. 행복한 가정이란 울타리도 나에게는 없다. 이런 가혹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마주한 게임, 그리고 게임 속 캐릭터가 나에게는 유일한 위안거리다. 세월을 거슬러 생각해보니 나도 한 때는 살기 위해 여러가지 일에 도전하고, 희망에 부풀어 살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혼자 만의 동굴 속에 살기 시작한게 언제부터였을까. 깊은 동굴 속에서 깨달은 한 가지 진실은, 주변의 수 많은 사람들과 비교를 할 수록 내 마음은 더욱 피폐해졌고, 스스로 알 수 없는 깊이의 동굴로 계속 숨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동굴 속 생활에서 마주한 게임과 캐릭터는 새로운 오아시스이자 광란의 카타르시스 였으며, 나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우연히 마주한 게임 속 주인공 캐릭터는, 내가 항상 바라고 꿈꾸던 모습으로 나를 유혹했다. 당당하고 멋진 외모, 주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헌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를 게임 속 가상 현실로 이끌었다. 내 현실을 둘러보니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도, 멋지고 당당한 외모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부터였다. 게임 속 주인공에 나를 투영하여, 가상 현실 속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한 것이...




                                                                                                                                                                                                                  

도한 집착은 결국 패망으로 이어지는 사회 심리적 구조를 나는 게임을 통해 배웠다. 게임 속 가상 현실에도 치열한 경쟁과 비교는 존재했고, 아바타의 우월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유저들과 경쟁했다. 내 주머니에 있는 현실의 화폐는 게임 속 가상 화폐 구입에 모두 소진했고, 인생에서 겪은 모든 결핍을 게임 속 아바타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나는 그저 아바타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하여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게임과 현실의 괴리를 애써 외면한 채, 치열한 경쟁과 심리적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 가상 세계에 더욱 집착했다. 벌어들인 소득은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가상 세계로 흘러들어 갔고, 나는 이런 물질적 결핍과 사회적 고립을 무시한 채 게임에 더욱 집중했다. 게임 속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마치 현실에서 새로운 옷으로 치장하는 것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다른 유저들의 부러움이 현실 세계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것과 같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와 소득의 80%는 전체 인구의 20%에 의해서 생산되고 소비된다는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나에게 소수의 20% 게임 유저가 나머지 80%를 지배한다는 해석으로 다가왔다. 아니, 나는 게임 속에서 만큼은 20%가 아닌 불멸의 1%가 되고 싶었다. 게임 속에서 나에게 '적당'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게임 속 아이템 구매의 반복, 캐릭터를 향한 내 갈망은 현실 속 화폐가 갈수록 부족하다는 생각을 낳았고, 현실의 궁핍을 인식하지 못한 채 폭망의 나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리진 내 가슴을 녹여 준 한 사람이 있었다. 게임 속 세계에 집중하던 어느 날, 우연히 게임 내 채팅에서 그녀를 만났다. 인생의 사회적 소통은 주로 게임 속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나에게 친절했던 그녀. 가상 현실 속 그녀를 마주하고 나의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설명할 수 없는 설렘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게임 속의 존재하는 내 모습은 모든 유저들이 부러워 할 스펙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채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먹고 살았다. 그 와중에 나에게 다가온 그녀의 관심과 친절함이, 마음 한구석에 버려두었던 내 본능을 건드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생각이 내 머릿 속을 지배하게 되었고, 같이 게임을 즐기는 행위는 마치 현실 속 데이트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본능은 항샹심을 위해서 나아가기만 할 뿐이라고 했던가. 게임이란 울타리 내에서만 존재하던 나에게, 그녀와 현실 속 만남을 원하고 있다는 근본적 욕망이 생긴다. 나아가 현실에서도 다정한 연인이 되어, 그녀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삶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이런 충동은 채팅에서 알게된 그녀의 SNS 사진을 보고 나서 더욱 증폭되었고, 어느새 나는 그녀의 마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잘 것 없는 내 현실을 저주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거울 속 내 앙상한 몰골이, 알 수 없는 분노와 자기 경멸의 감정이 생기게 만든다. 게임 속 여주인공이 현실에서 환생한 것 같은 아름다운 그녀에 반해, 초라한 현실의 내 모습은 게임 속 아바타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왜 여태껏 현실을 외면하고 착각 속에 빠져 살아왔을까. 사랑에 빠진 볼품없는 거울 속 내 모습은, 비로소 현실과 마주한 나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더욱 현실의 그녀를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게임 속에 투영된 내 모습은 항상 당당하고 여유가 넘치며, 다른 유저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우월한 신분의 모습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내 모습은 단지, 방구석의 숨어있는 초라한 게임 덕후일 뿐이다. 내 아바타를 치장하는데 소비하고 있는 가상화폐는, 현실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질 못했다. 



내 머릿 속을 지배하고 있는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다. 가상 속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에서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녀를 반하게 만들고 싶다. 만약 그녀가 활짝 웃는 미소로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 자리에서 내 몸과 영혼이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그렇게 그녀는 가상 세계에서 나를 현실로 이끌어 준 여신같은 존재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작정 도망치기만 했던 차가운 현실에 맞서, 게임 속 내 모습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하는 욕망이 꿈틀댄다. 드디어 스스로 회피했던 내 초라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 변할 수 있을까...   



*인과응보(因果應報) : 원인과 결과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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