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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Apr 22. 2021

Ep.07 : 도박 중독, 집착의 늪 part-1

탐닉의 중격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공부하는데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앤드류 매튜스, 작가)


 




출이 아름다운 호주의 아침. 기상과 동시에 거울을 보며 하루의 다짐을 되새긴다.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아침 햇살의 기운, 확실히 미라클 모닝이 주는 각성의 느낌이 좋다. 냉정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통찰력의 확인, 딜러와 경쟁자들의 기싸움에 눌리지 않기 위해 지난 실패를 복기해 본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손의 떨림은 없었는지, 베팅(bet) 전략은 효과적이었는지 끊임없이 질문했다. 자켓 주머니 속 실탄도 두둑하고, 오늘은 뭔가 한 방이 터질 것만 같다. 



평정심은 내 굴곡진 인생을 평탄하게 해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요즘 인생을 갈아넣고 있는 카지노 게임에선 평정심이 더욱 중요하다.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이 나를 항상 짜릿하게 만든다. 카지노로 향하는 버스 안, 도착지는 다르지만 출근하는 사람들로 혼잡하다. 밀집된 공간과 많은 사람들로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는 순간... 아... 평정심... 마인드 컨트롤...  



누구는 이런 나를 보며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 돈과 게임에 미친 것이 맞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름의 개똥 철학이 있다. 재능과 노력,그리고 운... 성공을 위한 절대적 요소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 머리 회전이 빨랐던 나는, 일찍이 이런 재능에 눈을 떴다. 매일 카지노에 출근하며 게임을 분석하는 노력의 반복... 이제 운이 터질 날만 남았다.



 




소에 가까워 질수록, 가슴이 뛰고 머리카락 끝이 솟구쳐 올랐다. 누구는 이런 현상을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의 폭주라고 했던가. 흥분되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과연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지, 내가 만든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 장밋빛 전망에 행복함이 벌써 분수처럼 쏟아진다. 미국 유명 곡예사인 파파 왈렌다이는 인생이란 결정적인 한 순간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카지노로 향하는 내 기분도 그렇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장엄한 궁전같은 자태가 눈 앞에 펼쳐진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장소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은 천국에 입장하는 것만 같다. 눈에 익은 보안 요원들의 여권 확인과 인사가 마치, 천국의 입장권을 구매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어 불필요한 소지품을 모두 벗어던지고, 천국 안으로 들어서 수 많은 천사들과 만난다. 아니, 호구들과 만난다.



  




추 전국시대 같은 카지노의 분위기, 대박을 꿈꾸고 있을 호구들과 달리 꾼들은 말한다. 노름도 엄연한 직업이라고... 인생의 경험을 거치며 일확천금의 망상을 버린지 오래지만, 카지노의 열기가 잃어버린 꿈을 되살아나게 한다.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 사람들의 열기, 그리고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는 시원한 기네스(Guinnes) 흑맥주 한 잔은 내가 살아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왼 손에 맥주, 그리고 다른 한 손에 교환한 칩(Chips)을 만지작거리며 여유롭게 오늘의 일터를 찾는다. 저기 주변에 얼굴에 희망이란 글자가 쓰여진 호구들이 보인다. 나도 저런 호구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왔다. 분명히 비슷하게 입장한 것 같은데, 허겁지겁 블랙잭(Black Jack)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보니 호구가 확실하다. 흠... 딜러를 보니 아직 잠이 덜 깬것 같고, 오늘은 이 쪽부터 게임을 시작해볼까...



누군가가 또 말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은 적군도 아군도 아닌 그냥 흘러가는 존재들이라고... 서로를 향해 겉으로 미소짓고 있지만, 카지노의 모든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서로를 이용하는 잠재적인 경쟁자일 뿐이다. 게임에 따라 아군이 될 때도 있고 원수가 될 수도 있는 그냥 그런 관계...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와 속성에 대해 우리의 선택과 결정의 결과로 이어지며, 각자의 자유의지로 형성이 된다고 말했다. 이 곳 카지노의 모든 사람들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아닌 한낱 인간 고기들일 뿐이다.


 




상가들을 가장 환영하는 곳이 바로 카지노다. 이 곳은 소리없는 전쟁터, 긴장을 푸는 순간 바로 지옥행 열차를 탄다. 장난스러웠던 표정도 잠시, 게임을 시작한지 10분 만에 호구들이 돈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돌아서는 모습이 영락없이 패잔병의 행렬이다. 블랙잭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동하여 딜러를 죽이는 게임, 호구들이 떠난 빈 자리에 꾼들이 눈치를 보는 모습이 거슬린다. 한 모금 남은 기네스 맥주를 들이키며, 미련없이 게임을 접고 일어섰다. 



운동선수는 신체능력을 극대화 시켜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가수(歌手)는 섬세한 성대 조절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를 살아 갈 활력을 얻고, 같이 있음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가면을 쓴 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이 곳. 분야는 다르지만 끊임없는 향상심을 가진 내 모습도 바로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카지노 입장 이후, 30분 안에 호구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인이 호구라는 증거다. 이 말은 플레이어 간 승패를 겨루는 텍사스 포커(Texas Poker)에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도박을 통해 배운 인생의 진리 한 가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흐트러진 여유를 되찾기 위해, 기네스 맥주를 한잔 더 주문했다.



인생의 모든 일에 시작하지 않으면 잃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얻을 수도 없다.



*일장춘몽(一場春夢) :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는 꿈처럼 덧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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