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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라봉 Aug 23. 2019

해외에서도 뉴스와 가계부를 챙기는 이유

걱정이 만든 일상의 습관


한달살기 여행 중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걱정 중 비중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 이곳에 큰일이 생겼는데 모르면 어떡하지? 유럽 소식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 유럽 시위파업 사태 후기를 본 후, 여행 1일차)  

  -  저렴한 걸 먹을걸 그랬나.  돈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거 아닐까. 한국 돌아가서 허리를 졸라매 하는 건 아니겠지. 

(* 가계부 쓰기 시작 전, 여행 6일차)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속을 태우니 걱정이라고 부르나 보다. 왜 그렇게 염려가 됐을까.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과거 미래를 생각하니 걱정이 생겼다.

마음 한구석 걸쩍지근한 느낌 잊을만하면 나타다.


 ' 이런 거에 마음을 편하게 못 먹지... 난 너무 소심한 것 같아.'


걱정을 사서 하는 것도 걱정이고, 다른 면에서는 스스로가 너무 소심한 것 같아 또 걱정이었다.



걱정과 얼굴을 맞대고 똑바로 바라보기


책을 즐기지만 자기계발 분야의 도서는 싫어하는 오랜 친구가 있다. 자기계발 도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아서 싫다는 것이다. 친구의 평소 행보를 보면 주관이 뚜렷고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곤 했다. 나는 자기계발 도서필요할뿐더러 삶의 이정표 역할지 바라고 있는데. 그 친구에 비하면 걱정만 많고 소심한 것 같았다. 더구나 친구는 의사표현도 확실하고 설명도 시원시원하게 잘했다.

 

친구에게 너도 걱정이 많으냐고 물어봤다.

고민도 걱정도 많이 하는데, 나보다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다.

 

"나 너무 소심한 것 같아. 걱정을 싸매고 다녀."


내 말에 친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는 이해할 거야. 어떤 무리에 있냐에 따라 역할이나 태도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 나도 그러거든.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모임이 있는 반면, 이상하게 주눅 들고 눈치 보게 되는 모임도 있어. 그런 곳에서는 소심할 수 있는데 너라는 사람 자체가 소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듣고 보니 나도 내가 소심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서 그곳에서 보이는 모습 다르다. 만나면 신나게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조용하고 차분하게 듣고만 가는 모임도 있다. 때에 따라 리더 역할을 하는 모임도 있고, 친구가 말한 것처럼 '이상하게 주눅 들고 눈치 보게 되는 모임'도 있다. 그런 모임은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가 보는 너는, 걱정을 사서 하는 친구지만 소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 휴직제도를 쓰고 여행 간 것부터 우선 너는 강단 있는 사람이야."


똑 부러진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싶었는지 알았나 보다. 나는 그런 말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하는 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냥 나는 걱정이 많은 거구나'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덜 걱정하도록 또는 걱정하지 않도록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차라리 내 성향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떠한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런 모습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정면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여태까지 했던 '마음 편하게 먹자! 걱정하지 말자, 다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 노력은 잠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졌다. '자, 이제 이렇게 생각하기다! 그렇게 하자!'라고 아무리 마음먹어도 오랫동안 약발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속에서 깊이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진짜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걱정에 똑바로 눈을 마주치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나는 다른 사람이 책임지는 부분까지 걱정하는 편은 아니어서 내 마음의 범위만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걱정의 해소를 위해 찾은 방법은 한달살기 여행 동안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냈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그 습관이 썩 마음에 든다.



걱정이 만든 일상의 습관


한국에 있을 때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SNS나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전해졌지만 이곳에서는 렇지 않다. 정확히는 유럽 각지에서 어떠한 사건이 생겨도 내가 저절로 알 수 있는 법이 없다. 그래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에 가끔씩 보던 글로벌24뉴스가 생각났다.

글로벌24뉴스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주요 이슈 훑는 코너로, 유럽 각지의 소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휴대폰으로 글로벌24뉴스를 챙겨보게 되었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소시지와 계란을 굽는다. 버터를 올려 식빵을 굽고 딸기잼을 꺼낸다. 가끔은 전날 사온 크로와상과 누텔라 내놓는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글로벌24뉴스를 듣는다. 머물고 있는 이곳에는 사건사고가 없는지, 갈 예정인 인접 국가에 이슈가 없는지 확인한다. 짧아서 읽거나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걱정 해소로는 그걸로도 충분다.


이렇게 글로벌 뉴스만 집중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데, 한국 이슈만 듣다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늘으니 새로운 점이 많다. 걱정 해결을 넘어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 글로벌24 에서 참고한 유럽 소식들(요약)
-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이 화재 당시 녹아내린 납으로 오염되어 인근 거주자와 방문객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됐다. 납 오염 우려 때문에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공사는 26일부터 잠정 중단되었다.(7/30일 뉴스)

- 독일에서 잇단 '기차역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기차역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떠밀려 숨지는 사건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과 서부 푀어데 지역 기차역에서 발생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꽃과 촛불이 가득 놓였다.(8/1일 뉴스)


예산보다 돈을 더 많이 쓸까 우려던 일 가계부를 쓰면서 저절로 해소되었다. 계부 쓰기는 꾸준히 해보고 싶었으나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여태까지 가계부를 가장 길게 쓴 적은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한달살기 목표로 정가볍게 해 봐야지'라는 음으로 다. 40일 동안 유지자 체계 잡히고 지분류도 더 세세 나 수 있었다.  확실한 숫자들을 보돈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으 짐작하며 키워간 두려움은 종종 명확한 사실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미지의 영역처럼 보여도 하나씩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엇보다 걱정을 대하는 내 태도 케어하는 게 가장 중요.

앞으로도 걱정은 지속되겠지만 그 걱정이 나를 잡아먹기 전에, 계속 노크를 해야겠다.

  "똑똑, 걱정 왔니. 이번에는 뭘 가져왔니"



프라하 한달살기 + 크로아티아 한달살기 = 총 두 달의 한달살기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하였습니다.

* '한달살기'를 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 본문에서 나온 뉴스는 KBS 글로벌24뉴스 입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전자책에서 완성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휴직하고 떠난 유럽 한달살기 여행(프라하, 크로아티아 유럽 한달살기 여행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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