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보호구역의 거꾸로 달린 성조기
<윈드 리버>(2017)
영화 <블랙클랜스맨>의 마지막 장면은 거꾸로 뒤집어진 흑백의 성조기다. 거꾸로 뒤집어진 성조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싶었는데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윈드 리버>였다. <윈드 리버>는 흑인이나 라티노 등 미국사회의 다른 소수자들과 비교해도 가시화되지 않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윈드 리버>는 온 세상을 눈과 추위가 뒤덮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원주민 소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코리(제레미 코너 분)가 처음에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들어설 때 성조기가 거꾸로 달려 있다. 원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백인들의 미국인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는 이들로 그려진다. 캐나다나 호주 등의 경우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원주민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인가는 큰 문제다. 교육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원주민들은 빈곤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마약과 범죄에 손대고, 여성들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콤비물로 봤을 때, 이 영화의 문제는 플롯의 무게추가 코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헌터 코리는 딸을 잃은 피해자 유족인 데다가 백인으로서 원주민 커뮤니티에 스며든 경계인이기도 하다. 반면에 플로리다 출신의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 분)은 서사다운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의 활약도 피해자 유족에게 상처를 주거나 용의자 탐문 과정에서 실수로 총격전을 벌이게 되는 등 스토리 진행을 위한 민폐캐로 이용되는 느낌이다. 물론 후반부에 이르러 성장을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마지막 총격전과 복수가 코리의 독무대로 끝나면서 빛이 바랜다. 여성과 남성, 중앙과 시골, 백인과 원주민의 대비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쨌든 눈 덮인 설원에서의 서스펜스는 흥미롭다. 탄탄하고 묵직한 이야기 속에서 서스펜스의 장르적 쾌감을 성취해낸 것은 이 영화만의 장점이다. 또한 미국사회의 원주민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