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기억 흘려보내기
2017년 08월 09일, 수요일 | 상트페테르부르크 2일째
새벽, 뒤엉킨 생각
새벽에 잠을 설쳤다. 일찍 자서 이기도 하지만, 좋지 않았던 기억이 꿈으로 반복되며 깼다. 상쾌한 기분이긴 했지만, 짜증은 살짝 곁들여져있었다. 감정의 흐름이 어제와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심란했지만, 사과를 먹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 하지 못했던 빨래를 하기위해 세탁기를 열려고 하니 관리인이 비용 지불하면 세탁을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비용을 지불한 후 기다리는 동안 다시 침대가 있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창밖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보고 침대에 있던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를 확인 후 찍힌 사진을 보고, 침대 위로 올라 다시 잠을 쳥했다.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 이층 벙커 침대
맞은 편 침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난 눈을 부비며, 침대 난간 틈 사이로 보니 처음 일어났을때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침대에서 인사를 나눴다. 여행을 하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거 하나 얻어가나 싶다. 나는 침대에 누워 몸을 풀기위해 몸을 움츠렸다 양팔을 머리 위로 쭉쭉 뻗었다. 수축된 근육과 골수가 늘어나며 잠깐 핑 도는 느낌이 들었지만, 더 상쾌한 두번째 아침이 되었다.
시간을 보니 1시간 남짓 눈을 붙였는데 개운했다. 세면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주방으로 이동했다. 주방엔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러시아 사람이 밥을 먹고 있었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나와 눈이 마주치며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외장하드 그리고 SD메모리를 올려두고 냉장고에서 어제 씻어 두었던 사과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외장하드엔 날짜별로 만든 폴더가 있었고, 어제 찍은 사진을 옮겨 담았다. 파일이 이동하는 동안 식당에 있는 티비에선 퀴즈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고, 알아 듣지 못했지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파일 정리를 마치고, 짐 정리를 마쳤다.
다 된 빨래를 가지고 관리인이 방으로 왔다. 빨래를 받은 후 침대위에 정리를 하고, SD카드를 카메라와 케이스에 넣고, 작은 지퍼백에 보조 배터리와 같이 넣었다.
겨울 궁전으로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장착하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가야할지 모르면 제일 유명한 장소로 가자라는 마음으로 겨울 궁전으로 걸었다.
겨울 궁전으로 가는 길, 어제 안 좋았던 상황이 잠시 뇌리를 스쳤다. 나쁜 기억을 떨쳐버리기엔 성격이 모나서 쉽지않다, 그래서 잊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나도 노력을 했다. 시선을 돌려 행인을 보고, 카메라로 담으며 걸었다. 숙소에서 30분 정도를 걸으니 겨울 궁전 앞 광장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광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었다.
여느 때처럼 카메라에 사람들과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활기찬 사람들의 즐거하는 표정에서 마음이 녹는듯 위안을 해주었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보니 겨울 궁전을 중심으로 크게 한바퀴를 돌고 있었다.
카메라에 사람들을 담으며 눈과 입에 웃음이 느껴졌다. 웨딩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여기서 웨딩 스냅을 찍어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겠지라고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눈 앞 강이 보였다. 나는 잠시 쉴겸 물에 발을 담뒀다. 물에 발을 담그니 수영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짐을 보관 할 장소도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잠시 발만 담구는 일이 내가할 수있는 최선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걸으며 채운 메모리에 배가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잘하고 있는 거겠지라는 생각과 열심히 찍다보면 무언가 하나라도 써먹겠지라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걷고 찍었다.
언젠가 이번 여행으로 찍은 사진들을 셀렉해서 작은 전시를 하자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더욱 커져가는 시간이었다.
상트에서 재회?
어젯밤 서호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장소를 검색하다 좋은 곳을 발견하고, 구글맵 주소를 공유하고, 나도 걸었다. 1시간 남짓 걸어 도착한 공원은 너무 예뻤다. 구글 지도에서 보면 작은 삼각형으로 된 섬이지만,
육지와 많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리를 하나 둔 요새 같은 느낌도 있었고, 아늑한 느낌이 좋았다. 섬에는 잔디와 작은 건물 그리고 공연장을 하는 무대가 설치되어있었고, 하늘에는 조형 깃발이 달려있어서 운치를 더했다. 하늘은 맑아서 조형 깃발에 색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나도 공원 안으로 들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도 찍으며 서호의 답신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만날수 없었다. 같은 숙소의 외국인들과 오려고 했지만, 전 일정이 순롭지못해 많이 늦어진다는 톡이 왔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잔잔한 물과 색상 강렬한 건축물들이 시선을 잡았고, 따사로운 햇살인 나를 붙잡았다. 나는 그 햇볕을 맞으며 잠깐 눈을 붙였다. 기분이 좋아졌고, 행복해졌으며 이 여유로움을 잊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모든 표정들이 즐거워 보였다. 나 또한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리라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푹 자서 지쳤던 몸이 풀렸다. 다시 다른 루트로 걸어서 겨울 왕국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해변 모래 사장에서 누워있는 사람들과 수로 옆 잔디 밭에서 누워 선탠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수로에서 제트 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에서 하는 레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부러워졌지만, 참여할 수는 없었다. 아직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소매치이기에 지금 내 몸엔 돈보다 중요한 카메라가 붙어있었고, 이건 어딘가에 두고 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우징을 구매하지 않은 나에게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하루의 끝
숙소를 향해 걷다보니 계단 및 반지하 식당이 보였다. 숙소에서 5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음식이 맛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식당으로 들어가 메뉴를 준비했는데, 일지에는 메뉴의 이름도 음식 사진도 없어 지금 당장은 알길이 없다. 그래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샤슬릿 같은 스테이크와 볶음류의 음식을 주문했던 기억은 있다. 반주로 입가심을 하며 맛있게 먹고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이번 여행은 두다리가 대중교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얼마나 걸어보셨나요? 1000보? 10000보? 1시간? 8시간? 사진을 찍기위해서는 차가 필요없다는 말을 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걸어야 풍광을 눈에 담고 셔터를 누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얼마나 걸었을까요?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당신의 걸음을 기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