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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Dec 30. 2019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Fin

가 족같지만 가족이더라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하면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정의와 사회적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가겠지. 


가족... 누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한 둥지겠고, 누구에게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일 수도 있겠고, 누구에게는 그저 단어 그 이상의 의미도 아닐 수 있겠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 덕분에 '가족'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웬만하면 중박은 치는 콘텐츠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가족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가정의 달 5월도 아닌데 무슨 가족 영화야 싶겠다만, 어느 누구에게는 미세먼지 잔뜩 낀 12월이 가족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에디터 감기약과 여행 엽서에게는 그렇다. 태어나 가장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사회적 집단 속에서 두 에디터는 이 집단에서 어떻게, 무엇을 느끼고 살아왔는지 그들의 인생 영화로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오늘의 부제는, 가 족같지만 가족이더라.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미스 리틀 선샤인, 감기약



한 소녀가 있다. 이름은 올리브. 동그란 안경에 주근깨가 매력적인 귀여운 올리브의 소원은 매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미스 리틀 선샤인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것. 그런 올리브를 위해 온 가족이 고물 버스에 올라 무모한 질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또 한 소녀가 있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지만 태어날 때부터 고장 나고 오래된 버스에 태워진, 바로 나다. 


이 영화는 내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올리브의 사소하지만 인생을 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생 포기하고 버스에 오른 가족들. 중간에 버스가 고장 나고 이별의 순간도 찾아오지만 가족들은 삐걱대며 나아가는 고물버스처럼 앞을 향해 간다. 


서울 외곽, 선하나 만 넘으면 경기도인 곳에서 태어난 나의 유년 생활은 그다지 유복하지 않았다. 생일이면 싸구려 버터크림이 발라진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고  한 달 20만 원 하는 보습학원도 다녔지만 옷은 오빠 옷을 물려 입기 일쑤였고, 한여름 거실 에어컨을 틀었다는 이유로 혼쭐이 나기도 했다. 부유하지도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은 우리 집은 마치 <마이 리틀 선샤인> 속 고물버스와 같았다. 핸들을 잡은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태운 버스를 잘 운전해보고자 했지만 작은 돌부리 하나에도 멈춰 서는 그런 고물버스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와 오빠는 고물버스의 가장 안전하고 좋은 상석에 앉아있었을 것이다. 올리브를 버스에 태우고 떠난 후버 가족처럼 말이다.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가족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고생하던 내게 <마이 리틀 선샤인>은 해답은 되지 않더라도 작은 위로는 되었다. 영화를 보고 많이 울고 또 많이 웃었으며 공감했다. 이게 내가 <마이 리틀 선샤인>을 인생영화로 꼽은 이유이다. 


가족이 싫어서 미칠 것 같을 때 나는 종종 이 영화를 다시 틀어보곤 한다. 그리곤 늘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가족이란 고장 난 고물버스를 함께 끄는 걸 지도 몰라,라고.





가장 좋아하는 대사

"이 동작을 가르쳐주신 할아버지께 이 춤을 바칩니다."

"정말 사랑스럽네요. 할아버지가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셨니?"

"아니요, 차 트렁크에 계세요."













코코(Coco), 여행 엽서



콘텐츠의 성패는 비슷비슷한 재료를 누가 얼마나 잘 요리하느냐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사람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눈에 띄게 신박한 아이디어는 사실 이제 거의 고갈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다룬 콘텐츠는 이 작업이 더욱 공들여야 한다. 사랑, 가족, 누아르, 재난 등 대중에게 익숙한 주제를 어떻게 가공해서 전달할 것인지 깊게 생각하고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위 주제들 중 '가족'에 관련된 콘텐츠는 허들이 좀 낮은 것 같다. 정에 약한 한국 사람들 정서 때문인지, 앞에서는 "엄마 나가라고!" 고함치면서 SNS 페이지에 "효도" 댓글 다는 이중성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참으로 어이없게도 가족에 관련된 콘텐츠는 웬만하면 중박은 친다.


그래서 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신파로 이어지는 콘텐츠가 난무하는 것도, 매번 훈훈하게 가족의 소중함을 은근슬쩍 전달하는 것도... 신박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게으른 작품들이 즐비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게, 신파와 훈훈한 마무리로 가득 채운 영화 코코에 빠져버렸다.


영화 코코에 의하면, 사람은 세 번 죽는다고 한다. 첫 번째는 숨이 멎는 순간 생물학적으로 죽고, 두 번째는 장례식에 온 하객들이 떠나갈 때 사회적으로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으면 진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전한다. 


영화의 주인공 미구엘은 그의 고조할아버지 헥토르의 진정한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의 죽음을 늦추기 위해, 코코 할머니에게 불러주는 Remember me 씬은 아무리 감정 없는 양철로봇일지라도 아릿한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태한 영화에 이토록 감동받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개인적으로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나름 신선하게 구성한 영화였기 때문이 아닐까. 여느 가족 영화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지만, 비교 불가한 픽사만의 애니메이션 효과, 새로운 세계관, 신나지만 슬픈 라틴 팝 특유의 멜로디가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메시지여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던 영화, 코코. 덕분에 다국어 버전으로 Remenber me 후렴 부분을 부를 수 있게 된 건... 비밀이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

Remember me thouhg I have to say goodbye...

















draw.er 에디터들의 인생 영화 소개는 여기까지다.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보다 어떠한 이유를 가지고 좋아하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육하원칙 중에서도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가장 힘들지 않나. 에디터들이 추천한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봐보는 건 어떨까? 이미 봤더라도 상관없다. 이번에는 에디터들이 특히 좋았다고 언급한 부분을 상기하며 봐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몰랐지만 남들은 알았던, 뭐 그런 거 말이다. 






https://brunch.co.kr/@draw-er/31

https://brunch.co.kr/@draw-er/36



혹시나 인생 영화 1편과 2편을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위 링크를 바치며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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