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 에 대한 고찰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들, 본질은 무엇인가요?

by bok


이제는 물질과 확실한 것을 관찰한 결과의 분명함과 타당함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 로버트 훅 -


바둑 대국이 끝난 뒤, 대국의 내용을 검토하기 위하여 두었던 순서대로 다시 두어보는 일을 복기라고 한다. 인생에서는 회고, 글쓰기를 하고 나서는 퇴고, 마음에서는 되돌아보기라는 표현도 있다. 나는 이러한 작업 들 중에서 특히 복기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다음에는 지지 않기 위해 되짚어 보는 과정.



도전과 경험을 많이 하는 만큼 실패도 많았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막상 얻는 결과가 없으면 속이 쓰라렸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뭐 어때 라고 합리화를 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 흥미로 시작했으나 언제나 시작은 굳은 결심을 하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은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다음에 지지 않으니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아픈 기억을 굳이 되돌아본다. 실패를 인정했을 때는 집에 오며 펑펑 울었다. 내가 실패를 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아서요 서다. 분명 그날 다 울었다고 생각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픈 손가락이 건드려지면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치기 어렸던 어린 시절의 도전들은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했던가. 막상 마음먹고 제대로 덤벼 들었던 프로젝트들은 너무 중요성을 부여해서인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나갔다.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겪었던 6개월 간의 과정과 이후 사업자를 내고 글로벌 셀링을 시작했던 시기는 나의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실패했는지, 무엇이 나에게 부족한 점이었는지, 어떤 점을 간과했는지 등의 복기는 지금도 내가 다시 새기고 가야 할 것들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가?

당신의 영리함을 팔고 알지 못함을 사라. - 루미 -




‘제대로 안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제대로 안다는 것은 해당 지식에 대해 물어봤을 때 남에게 바로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메타인지’라고도 한다. 나 자신에 대해서 메타인지도 있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도 메타인지를 적용시켜 보면 대부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내가 정확히 그랬다.



필리핀에서 망고 사업을 하고 돌아온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지만 자본의 한계, 제대로 된 창업 과정의 무지로 막연한 열망만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자각조차 없었던 듯했다. 그러던 중 창업교육을 시켜준다는 기관을 알게 되었고, 바로 지원 신청을 했다.



스타트업 교육이라니.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물론 내가 가진 콘텐츠가 있다면 말이다. 이 당시에 나는 시니어에 대한 키워드에 매료되어있었다. 요가 수업을 듣던 날이었다. 내 눈앞에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요가를 하고 있었다. 편안한 수업이 아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힘든 동작들을 거뜬하게 해내는 할머니가 신기했다. 여가를 즐기는 시니어가 많구나. 시니어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시니어 콘텐츠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팀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6개월 간 창업에 대한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결론은 실패로 끝났다. 시니어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기팅 범위가 너무 넓었으며, 스스로가 50대의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계속해서 아이템이 바뀌고 바뀌어 결국 클럽 앞에서 삼선 슬리퍼를 팔며 우리 팀의 퍼포먼스는 막을 내렸다.



약 3년 후 시니어 콘텐츠가 엄청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며 아직까지도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다. 박막례 할머니의 영상을 필두로 지금은 어딜 가든 트로트는 흘러나온다. 그 시절의 나는 왜 시니어 콘텐츠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을까? 큰 이유는 지식의 불충분이다. 명확하게 아는 것이 없으니 목표만 있고, 제대로 된 본질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질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니까, 나 또한 확신이 없었다. 확신이 없으니 나를 믿고 따라주는 팀원들에게도 이유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없었으며 신뢰를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은 매일 아이디어 회의, 검증을 거치는 과정만 수없이 반복했다.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을 진리, 본질이라고 하자.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질문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옳은 질문을 한다면 오히려 답을 내리기는 쉬울 것이며, 근본적인 것을 안다면 옳은 방향성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도 그렇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모두가 결국 탐구하다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뭔데?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또는 프로젝트, 더 나아가 나까지 근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 03화호기심은 새로운 창조를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