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북촌의 나날들

경복궁의 북쪽, 북촌

by 삼도씨
[안동교회 앞에서 2021]

'말로만 듣던 북촌을 내가 직접 오다니~!'

나는 서울의 화려한 모습보다 소박하고 정감 있는 골목이 좋다.

그래서 어반스케치를 처음 배웠을 때, 열심히 다녔던 북촌의 골목들. 그런데 정작 나는 왜 북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함께 다녔던 화우들이 "오늘은 북촌으로 갑시다" 하면 서울 공예박물관 옆 길을 쭉 올라갔고, 당연히 동네 전부가 다 북촌인 줄 알았다.

모르니까 호기심도 없었고, 서울 토박이 화우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며, 어느 날은 내가 앞장서서 " 오늘은 북촌으로 갑시다"라는 말을 하고 다녔으니. 노면에 적힌 도로 이름, 안내판은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친 나날들.(그림은 관찰력이 생명인데... 쩝) 그러다 우연히 노면에 적힌 도로 이름을 보고, 서울살이 3년 차에 이제까지의 알은 체했던 지난날의 쪽팔림을 무릅쓰고 물었다.


" 왜 여기를 북촌으로 불러요?"

" 경복궁 북쪽에 위치해서 이 일대를 북촌이라고 불러요."

" 그럼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어서 서촌이라고 부르는 거."

" 넹"

" 와우!"


내입에 터져 나온 바보 도 터는 소리.

모르면 물어야 한다. 괜히 아는 척 말고.

그렇게 북촌과 서촌의 유래?를 알게 되었고, 나는 그날 처음 서울에 대해 조금 안 것 같았다.

북촌엔 유독 한옥이 많다. 서울 와서 내가 한옥을 무척 좋아하는 걸 알았다.

전생에 한옥에서 살았던지, 아님 대갓집을 지나가는 행인 1 정도여서 선망했던지.

아무튼 한옥 공간에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

물론 직접 살아보면 아파트처럼 편한 주거공간이 아니라서 그런 말이 쏙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의 초기 어반스케치 장소는 주로 북촌 쪽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슬슬 걸어서 갈 수 있었던 동네로 북촌만큼 매력적인 장소가 없었다.

어느 날은 안동교회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며 골목길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그렸고, 어떤 날은 윤보선 집 담장 아래 세워진 오토바이를, 또 어떤 날은 그냥 쭈욱 산책하다가 담장 위에 앉아 졸고 있는 도둑고양이를 그렸던 곳.

지금은 수업을 듣지 않아서 예전만큼 자주 가지 않는 북촌. 이 글을 쓰면서 북촌 골목과 함께했던 화우들이 생각났다.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스케치북 챙겨서 북촌에 가자고 화우들에게 카톡을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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