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었던 것은 이대역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없어, 책을 꺼내는 순간.
긴 생머리의 a가 내 앞을 지나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도 잠깐
건너 칸에서 넘어오는 b.
그녀는 양갈래로 곱게 땋은 머리였다. 오랜만에 양갈래 땋은 머리를 본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조금 전 내 앞을 지나간 a를 보고 b가 활짝 웃었다.
그 둘은 친구였고,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맞잡은 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둘은 손을 놓지 않고 5-2문 옆 빈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앉은자리는 내가 앉은자리에서 멀었다.
그래서 속닥속닥하는 그녀들의 정다운 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행복한 이야기 같았다. a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아서.
그 둘이 해후할 때부터 b의 손에 불룩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
b가 가방에서 선물을 꺼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키링 같았다.
정말 기뻐하는 a. 이번엔 a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티커다.
b의 등만 보아도 기뻐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
이대역에서 만나 신촌역에서 선물을 교환한 그 친구들이 홍대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을 탔을 때는 혼자였다가 내릴 때는 함께였다.
내게도 힘든 시절 만난 친구가 있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비상구였고,
힘들 때마다 지지하고 격려하며 함께 나아갔다.
이제 사는 곳이 달라지고, 다 늦게 직업을 가져 자주 볼 수 없지만
통화할 때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라고 당부하는 친구.
그날밤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한 나는 일을 끝내고
김해 사는 내 오랜 벗과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