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평일 오전 청소년을 볼 수 있는 것은 방학기간이라 가능하다. 그 아이들은 가방을 들지 않은 걸 볼 때 학원을 가는 건 아니었다. 승차하기 전부터 그들은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로에 서 있었다.
세 명 모두 한결 같이 맞추기라도 한 듯 아래위 검은색을 입었고, 그중 한 명은 머리스타일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뽀글뽀글 아줌마 파머였다.
타고 있는 객실이 5호실, 4호실에서 무채색을 입은 한 명이 이쪽으로 넘어와 그들 무리에 합류했다.
혼자 앉아 있었는지 자리에서 또 다른 아래위 검은 옷 입은 친구가 합류. 이로서 다섯 명이 되었다.
장정 다섯이 지하철 통로에서 가벼운 장난에도 지하철이 꽉 차 보였다.
"이번 내리실 역은 아현, 아현역입니다."
지하철이 아현역에서 정차했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내렸다. 그러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다시 아이들이 지하철을 탔다.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시시한 장난에도 웃는 걸 보니 아직 아이다.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보았다.
지하철은 신촌에 정차했고, 아이들이 내렸다. 이번에 아이들은 더 이상 타지 않았다.
아이들이 떠난 지하철 안은 평소처럼 고요했다.
사물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색이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사물의 색을 다 채우고 난 뒤 마지막으로 무채색으로 그림자를 준다.
그림자인 무채색은 본래의 색을 두각 시키지, 절대 본래의 색을 침해하지 않는다.
혹시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장난치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찌푸리지는 않았을까?
만약 찌푸렸다면, 그들의 눈부신 총천연색의 에너지가 눈부셔서 그랬다고 변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