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의자에 앉은 그 여자는 단발 생머리에 베이지색 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통로 잎으로 나온 다리는 길었다. 어림짐작으로 봐도 키가 큰 편인 것 같았다.
아무튼 그녀는 프라다 가방을 왼손으로 꼭 잡고, 오른손은 가방 위에 올린 채 입을 반쯤 벌리고 눈만 껌벅껌벅. 네 정거장을 오는 동안 자세는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처음엔 뭔가를 보나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보는 걸 알 수가 없었다. 합정과 당산사이 한강을 보기 위해 그녀 뒤에 있는 창문을 빤히 보아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넋이 나간 듯하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보기엔
평온해 보이는 묘한 표정.
이제까지 지하철이나 그 어떤 장소에서도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다.
" 이번 역은 신도림. 신도림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몇 정거장까지 오는 동안 눈만 껌벅거리던 그녀가 움직였다.
정신을 부랴부랴 육체에 집어넣은 듯한 부자연스러운 몸짓.
그녀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을까?
일을 할 땐 어떤 표정일까?
매 순간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가 나인데도 나는 볼 수 없고,
나 아닌 타인만이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아침이었다.
P.S
어제 휴일이라 깜박했습니다.
약속인데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