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퇴근 시간임에도 지하철은 혼잡했다.
사람에 밀려 의도하지 않은 하차를 막기 위해 지하철 통로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도저히 들어갈 수 없어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에어컨을 켜놓아도 사람들의 더운 숨으로 지하철 안은 더워서 갑갑했다.
더운 지하철 안에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 대부분은 손바닥 보다 작은 네모 세상에 몰입한다.
그 틈에서 가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청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문고판이었다.
청년은 조금 전의 청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흰 티에 검은 바지, 보통의 백팩과 신발을 신었고. 조금 특이한 것은 왼쪽 팔목엔 염주가, 오른쪽 엄지 손가락엔 세공이 된 가느다란 반지를 끼고 있었다.
보통의 청년들은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거의 대부분이 책이 아닌 핸드폰을 본다.
그런데 책을 읽고, 책 종류도 자기 계발서가 아닌 문학을 읽는 것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책을 읽는 모습만으로 청년은 그냥 멋지고 예뻤다.
아마 그때 나는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청년은 구로디지털역을 지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않고, 가방에도 넣지 않았다.
오래전에 ‘이방인’을 읽었지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뫼르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장 넘어가지 않은 책을 보며, 청년은 어떨지 궁금했다.
청년은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시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