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비어 있다면 항상 앉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늘은 내가 앉은자리 옆엔 중년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번 그들이 읽고 있는 책 표지를 힐긋 보지만 책이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튼 내 옆에 앉으신 분은 우리 집에도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책이었다. 그 책은 판형이 크다.
대략 가로 27,8센티미터, 세로 30센티미터쯤 되는 책이다.
솔직히 지하철에서 읽기는 좀 불편한 책이지만 읽는 자의 자유니까.
그가 이대역에서 책을 가방에 넣었다. 내리려나 보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내리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조금 전까지 들고 있던 책에 비하면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장난감처럼 보였다.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남자가 꽤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굽슬굽슬 굵은 파마를 했고, 검은 뿔테 안경, 남색 티셔츠,
파란색 부직포가방에 반바지를 밑에는 발목까지 오는 장화를 신은 멋쟁이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 남자가 진지하게 읽고 있는 책이 궁금했다.
왜냐하면 책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아 끌 정도로 색 조합이 멋졌다.
보일 듯 말 듯한 그의 책 이름.
결국 보지 못했고, 그는 내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간다.
가는 길에 그 남자가 읽었던 책을 찾아봐도 한동안 찾지 못했다.
두어 달이 지나 잊어버릴 때쯤 교보문고에서 그 책을 보았다.
‘트래픽 설계자’였다. 내용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설계자 시리즈의 책 표지들이 하나같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조만간 출판할 책 표지도
이렇게 감각적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