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자는 머리에 선글라스가 얹혀 있었고, 얼굴엔 돋보기로(나도 그래서 추측함) 핸드폰을 보았다.
짧은 브라운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작은 쌕도 브라운 색이다. 그녀는 검색을 하고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딸에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그녀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물론 들린다고 해서 그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겠지만.
엄마가 자신의 피부색과 같은 브라운 색을 입었다면, 딸은 회색 나시티와 검은 반바지 그리고 카키색 에코백을 맸다.
엄마가 귓속말을 하면 주의 깊게 듣다가도 엄마가 다시 폰을 보면 딸은 시선의 끝에 무엇이 걸려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하철 창밖은 지하라 캄캄해서 볼 거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딸의 눈동자는 갈피를 잡지 못해 허공을 맴돈다.
갑자기 그녀의 다리에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아팠을 텐데… 그녀는 그 문신을 새길 때 시선을 어디에 두었을까?
문신을 새기는 상대에게 집중했을까?
아니면 새겨지고 있는 다리를 보았을까?
나로선 알 수없지만… 확실히 아팠을 거란 건 알 수 있다.
“이번 역은 홍대 입구, 홍대 입구입니다.”
홍대 입구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그녀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들의 머리를 일어서서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중년 여자는 집게핀으로 포니테일로 단정히 집었고, 딸은 그냥 머리가 등에 걸리적거리지 않기만 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냥 머리카락을 끌어올려 집었다.
히잡을 쓰지 않은 걸 봤을 땐 아랍은 아닌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태양에 알맞게 그을려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에 큰 눈과 오뚝한 코 그리고 입술까지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딸 왼쪽 등에도 타투인지? 그냥 스티커? 인지 모를 문양이 새겨 있었다.
금요일 오전 9시 25분 홍대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로선 그녀들이 어디를 가는지 알 수없지만
모녀에게 아주 오래도록 좋은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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