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덤

가장 아름다운 말로 엮어낸 편지

by 화운

아마 지난가을이었을 거야

우리 집 뒷마당 한편에

너와의 추억을 묻고 떠난 세월이.

너와 헤어진 지 일 년이 넘었는데도

길에서 너와 닮은 뒷모습만 봐도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지.

햇볕도 들지 않는 뒷마당에

쓰다 버린 주지 못한 손편지들과

시로 피어나지 못한 사랑의 문장들을

깊이 구덩이를 파고 묻어 장례를 치렀었어.

오랜만에 뒷마당을 들어서는데

그 자리에 꽃이 하나 피어 있더라.

물 한 번, 햇살 한 번 준 적 없는데

어딘가 익숙한 꽃향기로 나를 부르더라.

아, 가끔 몰래 흐르는 눈물로 자란 걸까

다시 파헤치지도 못하게

무거운 바위를 올려두었는데

네가 그 굳은 마음을 뚫고 피어났어.

다시 그 자리를 갈아엎고

짙고 무거운 흙으로 덮었다.

내년이면 또 네가 피어날까.

이젠 피어나지 말아 주었으면 해.

내 마음에 다른 꽃을 심어보고 싶거든.

너도 다른 곳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 나주길 바라.



화운(畵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