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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Oct 27. 2024

자연 속에서 그림 그리는 게 사치가 아니었으면 해요

일탈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리는 일상이 마음에 들고 싶어요


�️ 내가 살고 싶은 환경


 저는 쭉 서울 토박이로 자랐습니다. 고향이 서울이니 농촌을 접할 일도 없었지요. 그러나 자연에 대한 끌림과 갈망은 늘 있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제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살펴 보니, 사람이 뜸한 근교에 가거나 한강을 찾더라고요. 표면적으로는 여행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행이 다니고 싶은 게 아니라 자연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창작은 단 시간에 눈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 나날을 매일 매일 견뎌내야 합니다. 창작 할 에너지를 유지하려면 쉽게 손 뗄 수 있는 일들만 골라서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가벼운 일들만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불안해집니다. 소속감이 없으니 외롭고, 언제 어떻게 일거리가 생길지 몰라 수입을 예측 할 수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남들처럼 살지 못한다는 위축감과 일에 대한 불안감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을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처럼‘바람이라도 쐬고 싶다’ 라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결코 사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여행 가서 돈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계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맥을 바라보거나  잔잔하게 윤슬을 머금고 있는 강가에 멍 하니 앉아 있고 싶을 뿐인데요. 서울에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을 치뤄야 하는 사치스러운 일이 되곤 합니다. 


창문을 열면 아스팔트 벽면이 아니라 자연이 보이는 곳에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산책 하고 운동하고 싶었고요. 고양이가 배를 까고 드러누워도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곳,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도 경계하지 않고 눈 인사를 할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서 마음껏 창작해도 되는 나로 살아 있고 싶었어요. 


꼭 은퇴 할 나이가 되어야만 혹은 아픈 몸이 되어야만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모두 다 서울의 트렌디함과 빠름을 동경하지 않습니다. 


여기, 이런 사람도 있어요. 자연 속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삶의 방식에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 최소한의 금액만 벌더라도  하고 싶은 창작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것을 꿈꾸는 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공과금을 겨우 해결하고 나면 보상 심리로 엉뚱한 데에 돈을 써야 다음 날이 겨우 버텨지는 그런 삶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게 어른의 삶이라고 믿으면서 남들도 다 그러고 사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꾸역 꾸역 눌러 참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마음에 안 드는 일상을 견디려면 돈을 써서 이벤트를 만들고 어딘가로 떠나는 일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평범한 일상이 마음에 드는 쪽으로 향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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