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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Mar 07. 2024

1교시 시작했겠어요



아~ 학교 첫날이다!
설렌다 엄마.
긴장도 되는데 좋다, 엄마.
나 빨리 가고 싶어!





어제일자로 초등학교 입학을 치르며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아들. 긴장보다는 설렘이 확실히 눈에 띄는 얼굴로 요 며칠 그저 즐거울 따름이네요.



첫 등교날인 오늘아침은 그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지나치는 낯선 사람들마저 미소 짓게 만듭니다. 건널목 안전요원 할머니께도 안녕하세요! 소리 높여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교문까지 걸어가는 내내 뭐가 그리 좋은지 '엄마. 학교 거의 다 왔어!' 라며 웃고 또 웃으며 하이파이브도 하는 둥 마는 둥, 냉큼 뛰어 들어가는 아들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올해로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학부모는 난생처음이지 말입니다.



방과후학교가 무엇인지 돌봄 학교가 어떤 것인지 도통 관심조차 없었건만, 어젯밤엔 12시가 넘도록 입학식날 아이가 가져온 프린트물들을 신기해하며 살펴보았네요. 아이 잠들기 전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도록 한 후,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일어나 혹여나 누락된 것은 없는지 적혀있는 준비물 리스트를 두 번 세 번 체크를 하였고 말이죠. 아침밥으로 무엇을 해 줄지, 기상부터 등교 전까지의 시간배분도 하나하나 생각해 봅니다. 가만, 내가 이렇게나 계획적인 사람이었나? 하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자기야. 우리 아들이 벌써 커서 학교를 다 간다. 수고 많았어."



어제 저녁, 아이의 아빠이자 나의 배우자인 이 남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한마디 건넸습니다. 남자도 아내에게 같은 말을 해줍니다. 부모인 우리가 서로에게 잘했다며 칭찬을 주고받으니 아이를 향한 사랑도 한층 더 깊어지는 듯합니다.



사랑이란 게 이런 건가 봅니다. 해도 해도 모자라지 않는 마음,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그런 마음이 사랑인가 싶습니다.



오늘 아침. 첫 등교를 하며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뛰어들어가던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불현듯, 내 나이 서른아홉 그 해 3월이던 그 아침 그 봄날이 떠올랐습니다. 솜사탕 위를 걷는 다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싶던, 아빠와 발맞추며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던 신부입장 순간말이죠.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를 지나쳐 서른아홉에 식장을 들어섰던 여자. 어느샌가 마흔아홉의 오늘이 되었지 말입니다. 직장과 커리어를 뒤로한 채 하나뿐인 아들을 건강히 키워나감에 행복과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가끔은, 밀려오는 외로움과 내 꿈들이 이대로 옅어져 가는 것만 같아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구원투수로 나타난 책들과 인상 깊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간의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생각의 전환도 빠르게 바로잡을 수 있었지요. 삼십 대 시절만큼이나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이루고픈 것들의 리스트가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조금 전 9시, 여덟 살 아들의 생애 첫 1교시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그 아들의 엄마에게도 생애 두 번째 1교시가 이제 막 시작되었지 말입니다.



두근두근 설렘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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