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이를테면 작가의 실패담 같은 것. 첫 직장으로 들어간 데가 소기업 최저임금 주는 스펙업 확률 0%의 기업이었던 뭐 그런 이야기라거나.
그래 내 이야기다. 그러니까 분명 2013년. 대학을 졸업한 나는 무슨 스펙이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니? 그럼 이제 그 이야기를 들려줄게.
지방국립대를 졸업한 나는 영어를 못했어.
졸업평점 3.73.
그중에서 유일하게 'D0 '가 한 과목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영문독해였지. 그럼 안 들으면 안 되었냐고? 졸업이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원래 'F'였는데 교수님 한테 졸업해야 한다고 빌어서 받은거야. 저런 과목도 'D0'였는데 토익이 있을 리 만무하지. 시험을 쳐봤을 때 495. 500의 문턱을 넘은 적이 없어.
그럼 자격증은?
나는 바보다. 필자는 생선 관련 학과를 나왔는데, 글쎄 기사자격증은 '수산양식기사'만 우리 과에서 도전할 수 있는 줄 알았어. 이 자격증은 난이도도 무지하게 높고 10년 전에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교재도 없었다. 근데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교재가 없어.
그리고 자격을 취득해도, 석사와 박사로 가득 찬 수산의 세계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지.어디 감히 고작 기사가 석박사님들 앞에서...
10년이 지나서 알고 보니, 우리 과는 환경 쪽으로도 등록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자격증에 다 도전이 가능한 과였지.그걸 알게 된 10년 후에 난 운 좋게 공기업에 취직했지만 그건 다른 글을 참고하라고.
인턴 해봤어?
해봤을 리 없지. 대학교 3, 4학년. 나는 각종 대외활동에 빠졌어. 별로 얻은 것은 없다. 전공 외 다양한 진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옆길로 샜지. 오 여행 재밌네 여행사 가야지. 오 SNS! 마케팅으로 사람 좀 꼬시겠는데?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냐. 안 그래?
제로스펙
그래도 난 취직을 했다. ㅈ소기업으로.
@브런치북 발행으로 기존 글이 1월 27일 개정발행되었습니다. 브런치북에서 ㅈ소기업이야기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