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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의 차이

너도 내 입장이 되어봐, 그 말이 나오나.

by 닥터브룩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의 책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당신 스스로 내 자리에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내가 당신처럼 말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


신영복 교수는 그의 책 '담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며,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하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 입장의 동일함은 관계의 최고 형태이다.”

-『담론 』, 신영복 저




입장적 사고방식은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당신 스스로 내 자리에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과 신영복 교수의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처럼,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입장적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예컨대, 공자의 논어에서도 ‘역지사지’는 이와 같은 맥락을 담고 있으며, 일상에서는 “내 입장이 되어보면 내 마음을 알 거야”라는 우스갯소리도 자주 들린다. 이처럼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는 왜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는지,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왜 입장을 바꿔서라도 그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같은 상황에서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엘리베이터 밖에서 닫히는 문을 열기 위해 열기 버튼을 누르려는 상황과, 반대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닫힘 버튼을 연신 누르는 상황이 있다. 또한, 마트에서 앞사람의 뒤꿈치를 밟거나, 반대로 뒷사람에게 자신의 뒤꿈치를 밟히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예로,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거나, 자신이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며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있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를 제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나는 그것이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의 배움의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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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ummi.aiⓒSjoerd Huisman


첫째, '실제 경험을 통한 배움'이다. 앞서 언급한 예시들이 이에 해당한다. 공자의 논어도 ‘역지사지'를 통해서 자신과 타인의 경우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다. 즉, 자신이 직접 겪어봄으로써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경험은 특정 사건, 상황, 활동을 직접 겪으며 얻는 지식의 총체이다. 이는 인간의 인지 시스템을 통해 ‘지각-처리-반응’ 과정으로 처리된다. 쉽게 말해, 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닫히는 문을 누군가가 열게 했다고 비난했던 사람이, 나중에 자신이 똑같이 문을 열게 하는 상황을 겪으며 상대방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음을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상황을 이해하는 배움'이다. 이를 간접 경험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모든 비직접적 경험이 간접 경험으로 분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의 경험이나 전통적 매체(언어, 글, 영상)를 통해서, 더 나아가 첨단 매개체(VR, XR 등)를 통해 가상으로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매체는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여 소극적인 공감을 유도하는 반면, 첨단 매체는 가상 체험을 통해 신체적·심리적 충격을 전달하며 적극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면, 타인의 이야기를 듣거나 영상을 통해 상황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전통적 매체에 의한 공감이고, VR로 특정 상황을 체험하며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첨단 매체에 의한 공감이다.


그러나 실제 경험과 상황 이해 능력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도 우리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가령,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예외로 두어야 한다. 이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는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 자신의 상황, 자신의 경우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시간, 타인의 상황, 타인의 경우도 똑같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동시에, 상대방도 나를 배려하는 상호 협력적 관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일방적이지 않다. 그저 공수가 매번 전환되는 쌍방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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