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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브룩스 Sep 12. 2022

하이엔드 워치 상품기획은  어떻게 기획할까?



이번에는 눈을 좀 돌려서 IT기기와 같은 디지털 제품이 아닌 아날로그 관련 상품에 대한 기획 측면에서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순전히 필자만의 추측성 글임을 먼저 밝혀 두고자 한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의 글은 아니고, 디지털 상품기획 측면에서 추측한 아날로그 제품 기획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가볍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하이엔드 워치라고 하면 ‘하이엔드 워치(기계식 시계) ’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용어가 낯설게 느껴져서 내용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하이엔드 워치 = 롤렉스’ 등식을 성립한다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겠는가. 물론, 엄밀히 따져 본다면, 롤렉스를 넘어선 여러 다양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가 존재한다. 하이엔드 워치의 끝판왕, 명품 시계 3대 장인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하위로 ‘랑에 운 죄네’, '오데마 피게’, ‘글라슈테’, ‘블랑팡’, ‘예거 르쿨르트’ 등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계급(?) 혹은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시계들, 소위 상위에 자리하는 시계 브랜드들은 하나 같이 훌륭하고 (가격을 떠나 품질 자체도)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시계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회사들은 하나 같아 자체 기술력과 훌륭한 디자인 능력을 가지는 회사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기술력으로 세대를 거쳐오면서 만들어진 디자인의 완성도 또한 나무랄 데가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필자가 기획과 하등 관련 없어 보이는 시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냐고 하면, 하이엔드 워치가 스마트폰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바로
 ‘무브먼트’와 ‘AP(Application Processor)’ 와의 비교 관계이다.
*이미지 출처 : 미네르바의 무브먼트 칼리버 17/29 / 타임포럼 (https://www.timeforum.co.kr)



또한 가장 큰 차별점이 존재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우선 시계의 ‘무브먼트’는 크게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범용 무브먼트를 나뉜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말 그대로 ‘회사가 직접 만든 무브먼트’를 뜻한다. 흔히 ‘칼리버(Calibre, Caliber )’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표기는 Cal.xxxxxx라고 쓴다. (예, 파텍필립 cal.240, 바쉐론 콘스탄틴 cal. 1400, IWC cal. 50000 시리즈)  원래 ‘칼리버’라는 용어는 총포의 지름이나 총알의 지름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처음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영국 시계 제작자인 ‘헨리 설리(Henry Sully)’ 가 1715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브먼트 프레임, 휠, 배럴 등의 직경을 나타내는 의미로 시작했다가 점차 무브먼트 자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변해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범용 무브먼트는 이것 역시도 말 그대로 필요한 곳에 그대로 가져다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무브먼트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ETA’와 ‘Selita’가 대표적인 무브먼트 회사이며 각각의 무브먼트로 ETA는 ‘ETA 2824-2’와 ‘Selita 200-1’ 이 있다. 중저가 시계 브랜드 제조사는 이 범용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자사 특성에 맞게 살짝 수정한 다음, 거기에 걸맞은 네이밍을 붙이고 시계에 적용해 제품을 출시한다. 대부분의 중저가 시계브랜드(티쏘, 해밀턴 등)는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무브먼트가 인하우스인지, 범용인지에 따라사 시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범용보다 대략 2~3배 정도 가격이 더 비싸다. 이는 무브먼튼 개발과 제조에 그만큼 비용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기에 큰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AP’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AP는 기존 PC의 CPU 모바일 특성에 맞게 제조한 것이라 이해를 하면 될 것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도 이해력이 많이 높아져서 이런 정도는 쉽게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AP도 무브먼트와 마찬가지로 자체 제작과 범용으로 나뉜다. 애플이 AP를 자제 제작하는 대표적으로 회사로 알려져 있다. (Huawei의 Hi-slilicon도 자체 제작이기는 하나 미국 제재로 인해 지금은 그 명맥만 유지할 뿐 더 이상의 모델과 판매량에는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범용 AP 제조사로는 퀄컴, 삼성전자(시스템 LSI), 미디어텍이 있다. 이들 회사는 하이엔드 제품에 들어가는 AP부터 저가 제품에 들어가는 AP까지 다양한 라인업과 가격으로 포진해 있으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각자의 모델에 맞는 AP를 구매해서 탑재해 생산하면 된다. 대신, (시계 무브먼트와는 달리) 탑재된 AP 네이밍을 바꾸진 않는다. 아마 그게 제품 판매에 도움 된다고 여겨서 그렇게 하지 않나 필자는 판단한다.

각각의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하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이 글의 범주를 벗어나는 내용이라 생각되어 여기까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시계 브랜드들의 차별화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제 이 둘 간의 공통점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 간에도 제품 차별화와 가격 포지셔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첫 번째로 ‘핵심부품’에 따른 분류 방식이다.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와 스마트폰의 심장인 AP이다. 어떤 종류의 무브먼트가 적용돼 있느냐, 즉 인하우스냐 범용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책정된다. 인하우스면 고가, 범용이면 중저가에 가격 포지셔닝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어떤 AP, 즉 고가 AP인지, 저가 AP 인지에 따라서 스마트폰의 가격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퀄컴은 SM8 xxx, 삼성전자는 Exynos 2 xxx, 미디어텍은 Dimensity 9 xxx 이 대표적인 고가 AP들이다.


두 번째로 ‘성능’에 의한 분류 방식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가격이 비싸니 성능도 좋다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다만 여기서 성능이라고 하면, 좀 다르게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시계 성능이다. 스마트폰 AP가 당연히 빠른 반응속도가 성능의 관건이라고 하면 시계는 시간이 빨리 가고 늦게 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나타내는 적은 오차범위를 가지는 시계라 할 수 있다. 기계식 시계들은 태엽을 감아주는 형식이라 한 번 감아 놓으면(와인딩) 그 감아놓은 것만큼 시간이 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느려지는 부분이 발생하는 데 이를 ‘시간 오차’라고 한다. 그 오차 범위는 하루에 단 몇 초 차이긴 하나 시계를 정확도를 가르는 의미 있는 수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가의 시계일수록 오차범위는 적다.


세 번째로 ‘기능 차이’에 따른 분류 방식이다.

시계에서의 기능은 스마트폰처럼 그렇게 다양하거나 많지 않다. 동그란 시계 안에서는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 요일이나 날짜 표시 기능, 미닛 리피터(알람기능), (퍼페추얼) 캘린더 등이 있고, 외부에는 방수 기능 또는 (베젤을 활용한) 듀얼 타임 표시 기능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저가 모델들은 단순히 시간만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요일 표시, 월일(달력이나 윤달) 표시, 스톱워치 기능, 알람 기능, 달의 움직임을 표시하는 기능일수록 가격이 높아지고 높아진 가격만큼 기능은 고도화된다. 또한 그 기능을 구성하는 작동 방식 또한 매우 복잡해진다, 당연히도 그럴 것이 지름이 약 40~50mm, 두께가 약 10mm 내외의 물리적인 공간에 이 모든 것을 전부 또는 선택적으로 넣어야 하는 도전과제가 생기고 비교적 훌륭하게 모든 과제를 수행하여 세상에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말이다.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그다음으로 얘기해 볼 것은 앞서 언급한 공통점을 기반으로 어떻게 기획을 하는 것인가가 남아 있다. 이전 글에서 상품기획을 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바로 ‘제품의 콘셉트’이라고 언급했었다. 시계 역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필자가 제대로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 섣불리 그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조차 비웃을 만한 일일 수는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해보고자 하는 것은 상품을 기획하는 것은 제품의 콘셉트와 기능을 특화하여 이를 알맞은 스토리로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소구 하는 것은 제품의 종류를 떠나서 모든 제품을 관통하는 중심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라고 했다. 

모든 기계식 시계는 무브먼트로부터 시작된다. 동력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동력이 가해지면 그 동력은 배럴이라는 원형 모양의 태엽 통에 저장된다. (싱글 배럴이냐 트윈 배럴이냐는 시계의 콘셉트에 따라서 그 구조가 정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태엽통에 저장된 동력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시계를 움직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무브먼트가 정해지면 어떤 추가 기능을 탑재할 것인지, 크로노그래프인지, 요일 표시 기능을 넣을 것인지, 캘린더 기능을 넣을 것인지, 또한 방수 기능은 몇 미터까지 할 것인지를 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시계의 전체 모양을 디자인할 것이고 케이스는 스테인리스로 할 것인지, 티타늄으로 할 것인지, 시계 유리는 글라스 소재인지, 사파이어 소재인지 등도 다음으로 고려해야 되는 요소 중에 하나일 것이다. 또한 메탈 브레이슬릿(시계줄)이나 가죽 줄로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다이버 콘셉트이면 메탈이나 우레탄을, 드레스 워치 콘셉트이면 가죽을 택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가격을 결정짓는 수많은 디테일 요소들이 있다. 그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하이엔드 워치가 탄생하게 된다.




결국, 화면이 접히는 갤럭시 폴드처럼 최고의 기술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높은 가격 책정에 정당성을 얻는 것처럼 하이엔드 워치도 최고의 시계 기술력(예를 들면, 100년에 한 번 날짜를 수정하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이 적용되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나 일주일에 한 번만 태엽을 감아주면 되는 파워리저브(Power Reserve)가 긴 시계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당위성을 갖게 된다. (실제 검색을 해 보면, 거의 전부 고가 일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가격을 결정짓는 단일 요소는 아닐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롤렉스(Rolex)를 들 수 있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찾는 사람이 많지만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점점 리테일 가격이 상승하고 리셀러 가격 또한 더 높아지는 브랜드 시계도 있는 법이니깐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다양해진다.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 스마트폰이 접점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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