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방문했다.
진료에 앞서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를 복사해 주면서 미리 읽어 보라고 했다.
10페이지에 걸쳐 아이와 부모의 검사 결과가 첨부되어 있었다.
예상대로 결과는 참혹했다.
K-WISC-IV(웩슬러 지능검사), CAT/K-ARS/CONNERS(종합주의력 검사), AMT(학업 동기 검사), SRS(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평가)를 비롯해서 시각 운동 통합 발달, 실행기능, 사회 성숙도 등 13가지 검사의 결과가 적혀 있었다.
아들은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된 웩슬러 검사에서 지각추론 지표에서 60점대, 나머지 세 영역에서 70점 후반의 점수가 나왔다. 종합적 수치로 치면,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결과였다.
주의력 지수는 <저하> 수준이었다.
주의 전환 능력은 <평균 하> 수준, 주의 억제 능력은 <손상> 수준이었다.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는 인지적 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또래보다 1년 정도 늦은 수준이었다.
아이가 직접 문장으로 작성한 자기 보고식 검사에서 우울이나 불안감이 두드러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고, 가정 내에서 애정적인 관계를 경험하고 있으며 내적 불편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이 있었다.
그러나 사고 및 정서 부분에서 관습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단서를 이해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 미흡하여 상대방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부모 검사 결과에서 엄마인 나의 경우, 큰 정서적 어려움 없이 자신이 맡은 과업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고, 어려움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하여 주는 양육자로 예상된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과 중압감이 정서적인 안정을 방해할 수도 있기에 지지체계를 형성하여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첨가되어 있었다.
긴 검사 결과지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파악하고 있던 아이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비교적 과학적이고 세세한 분석을 읽고 나니 아이에 대해 더 정확한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아이가 SCT 검사에서 < 엄마를 가장 좋아하고 사랑한다>, <만일 먼 외딴곳에 간다면, 엄마와 같이 가고 싶다>라고 썼다는 걸 읽으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라고 작성한 걸 보니, 아이 자신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꽤나 신경 쓰고 있는 듯해서 마음이 짠해왔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주치의 선생님이 검사 결과지를 읽어 봤냐 묻고, 자신이 진단한 것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먼저 하셨다.
다만, 아이가 검사 시에 너무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집중을 하지 못해서 아마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지능 지수는 앞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고, 지속적인 치료와 학습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가능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셨다.
집중력 문제가 학교에서 크게 불거지지만 않는다면, 약물은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앞으로 인지 치료와 더불어 사회성 치료도 병행하고 아이 수준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면서 천천히 학습 지도를 꾸준히 해 나가라고 하셨다.
상담 시에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일기, 알림장 등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는데 아이가 그린 호랑이와 곰 그림을 보시고는 아이에게 "이 그림 너무 멋지다. 선생님은 호랑이가 좋은데, 너무 잘 그렸네."라며 아이를 칭찬해 주셨다.
초진 이후 아이를 미술 학원에 등록시켜 일주일에 두 번씩 보내왔다.
아이는 미술을 꽤나 좋아했고, 금세 표현력이 늘었다.
내년 2학년 초로 상담 일정을 잡고 돌아왔다.
3월 초진 때보다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다만, 객관적인 지표를 받아 드니이젠 정말 남은 시간 동안 아이의 인지를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게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