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by 박드레

3월에 예약해 놓은 풀 배터리 검사를 9월이 돼서야 할 수 있었다.

그 새 아이는 학교에 입학해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학기 초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에 대해 병원 진단을 토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너무나 자상하게 아이를 챙겨 주시고 아이를 이해해 주셨다.

아이는 3교시까지는 그나마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서 잘 버티는데 4교시부터는 집중력이 현저히 무너져서 수업을 못 따라간다고 하셨다.

그럴 때면 주변의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 성격이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공격성이 전혀 없고 친구들에게 호의적이라 친구들이 아이를 많이 이해해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선생님이 아이의 장점을 찾아 주려고 애쓰시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했다.


6월이 돼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 아이를 체험 학습을 내고 며칠을 쉬게 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아이의 학교가 화장실 공사를 해야 하는 바람에 여름 방학을 7-8월 두 달을 하게 되어 1학기 생활이 짧게 끝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두 달 방학을 하는 동안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로 한 달살이를 다녀왔다.

아이도 나도 쉼이 필요했다.

아이와 매일 바다에 나가 해수욕을 하고 아이가 원하는 체험은 다 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아이는 점점 안정을 찾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부쩍 쓰는 어휘도 고급져지고 표현력도 좋아졌다.

방학이 끝나고 등교했을 때, 선생님이 아이 인지력이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하셨다.

풀 배터리 검사를 하는 날, 아이 컨디션을 좋게 하려고 학교도 쉬게 했다.


병원에 방문해서 어린이병동 지하에 있는 심리 검사실에 아이를 보내고 부모 심리 검사를 받았다.

센터에서 이미 받아본 경험이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처음이라 수많은 검사 문항을 보고는 질려했다.

부모 검사도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아이가 검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받기에 검사 시간이 너무 길었다.

중간중간 선생님이 아이가 못 견뎌할 때마다 휴식 시간을 주었지만, 4시간이 넘는 검사였다.

처음엔 쉬러 나올 때 웃음기를 지닌 얼굴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얼굴에 짜증과 피로가 묻어 나왔다.

간신히 아이 검사를 끝내고 주양육자인 내가 선생님을 만나 보다 세밀한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5시간을 넘긴 검사였다.

검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는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아이 검사 결과가 좋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력 검사 결과는 예상대로 ADHD성향으로 나왔다.

주치의는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웩슬러 검사 결과인데 아이의 검사 컨디션으로 보니 경계성으로 나와도 잘 나온 결과일 거 같았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한다.


초진 이후로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가급적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치료 방향도 언어나 놀이 치료에서 인지 치료로 내용을 바꾸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이에게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줘서 아이가 그 루틴 안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매일 1시간씩 학교 수업을 예습하고, 독서 통장, 일기 쓰기를 통해 생각을 풀어내는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아이에겐 주기가 있었다.

집중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도 아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럴 때면 그저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쉬게 하고 많이 격려해 주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한 학기 동안 한 두 번의 그런 주기를 경험해 보면서 이것을 약물로 다스려야 하는지, 아님 아이의 통제력과 절제력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을 했다.

그때마다 학교 선생님, 센터 선생님, 학원 선생님들과 상의를 했는데 의견들이 비슷했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풀 배터리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가 나올 때를 기다리며 결과에 따라 앞으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나는 나대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마음 한 편으론 결과가 좋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고 아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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