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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23. 2021

소식(小食), 가장 어려운 자연치유

단식 후 연말까지의 자연치유 일기

단식은 차라리 쉬웠다. 보호식도 그랬지만 일상에서 소식(小食)이 너무 어려웠다. 나는 '자유인'으로 살고 싶었고, 게다가 기분파였다. 일정하게 적정하게, 매사에 그게 어려운 사람이었다. 단식 후의 내 몸은 과한 건 뭐든 싫어했다. 그러니 시행착오와 전전긍긍의 반복이었다. 2015년 연말까지의 자연치유 일기 맛보기다.


9월 5일(토) 44.7kg  오전 황금바나나 대

요 며칠 식사량을 늘려봤더니 역시 복부 가스다. 오늘은 양을 줄였다. 가스 심한 후엔 똥 안 눌까 신경 쓰였는데 오전 아름다운 바나나를 봤다. 그러나 종일 가스 차고 불쾌했다. 늘 진퇴양난. 체중 불려보려면 먹어야 할 것 같고 그러면 과해지고. 소화와 똥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침- 포도 당근 바나나 아로니아 아마씨 갈아 마심

점심- 가래떡 무말랭이 단호박 견과 당근

저녁- 양배추 들깨 떡볶이 한 공기


9월 22일(화) 45.0 아침 녹황바나나 대

지난주 K 장례식 때문에 사흘 연속 무리한 후 그렇더니 오늘 다시 목 칼칼하고 가끔 기침에 가래 낀 듯 갑갑하다. 올해 감기 몸살 한 번 안 했는데. 아침 산에 갈 때 단단히 입고 마스크 했다. 몸 느낌 무겁거나 힘든 건 없었다. 단지 목이 찝찝. 수술 후유증으로 목이 불편하다 그랬지만 폐에도 있다던 좁쌀 '암 의심'이 생각나 버렸다. 저녁 문예당 공연 보러 가면서도 마스크와 스카프 챙김. 컨디션 잘 넘어가는 거 같다.


9월 24일(목) 45.6 36.2 아침 녹황바나나 대

결혼 25주년 기념일. 백합 용담초 등으로 남편의 꽃다발과 카드(그땐 내가 곧 폭발할 줄 누구도 몰랐다).


내 사랑, 25년입니다.

당신이 내 마음에 차지한 건 30년이 넘었고,

예수님이 한 걸음만 빨랐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남편인데,

돈도 못 벌고, 재미도 없는.

한결같이 지지하고 사랑하는 당신, 고맙습니다.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고 오직 나만 바라보는 당신.

비교 대상이 예수님 뿐이라 버겁기도 하지만

남편을 지극정성 사랑하는 당신의 맘 알기에 기쁩니다.

날씬한 몸매, 흰머리 적당히 어우러진 머리, 빛나는 얼굴.

당신의 깊은 내면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습니다.

세 아이가 지금은 결혼의 비밀을 모르니까 그렇고

금혼식 때는 마음껏 그들의 축하를 받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갑시다.

여보, 사랑해요. 많이, 아주 많이.

2015년 9월 24일 남편


10월 14일(수) 45.5 36.2 아침 황금바나나 소 저녁 소

며칠 똥 굵기가 맘에 안 든다. 힘주고 개운하지 않고. 어제도 가늘게 서너 번. 만복감 있으면 팽만감 있고 배 만지면 딱딱한 느낌, 싫다! 체중은 똥 무게니 허수다. 입맛 좋고 소화 거북하지 않으니 절제 소식이 쉽지 않다. 단식 후 몸에는 가스와 팽만감과 똥이 내 폭주를 막는 제어장치 같다.


10월 16일(금) 45.4 36.0 아침 황금바나나 대

아침에 시원하게, 크게, 많은 양 황금똥 누다! 책엔 하루에 두세 번 보는 게 좋다는 데도 있으나 나는 아침 큰 기분 좋다. 변기를 막을 듯. 몸속의 독소니 노폐물이 깡그리 빠져나간 듯 개운하니까. 배설의 기쁨! 감사 감사합니다!

아침- 호박 사과 갈아서. 가래떡 한 개 꿀꺽.

점심-채선당 채식 샐러드

저녁-현미잡곡밥 들깨 미역국 병아리콩 갓김치 양배추 샐러드


10월 22일(목) 45.3 35.8 황금바나나 대

배가 말랑하고 들어간 듯. 아침 똥 아름답다. 녹색 줄고 황금색에 가까운 굵은 바나나. 구부러져서 펌프질 몇 번 해서 내려보냄. 팽만감과 가스와 똥의 상관관계 점점 알겠다. 식사량 줄이고 더 씹어 먹으라는 몸의 소리다. 아쉽지만 줄여 먹는 노력. 오늘 아침도 500cc 넘기지 않고 마셨다. 무얼 먹고 안 먹고 보다는 어떻게, 얼마를 먹느냐가 중요하다. 누가 모르냐?


10월 25일(일) 45.4 35.9 낯 황갈바나나 대 대 대

<소식(小食)의 즐거움> 읽고 마음을 다지다. 즐겁고 말고. 괴로움도 따라서 그렇지. 배가 부르지 않게 매끼 우째 지키냐? 아니, 시원한 똥 누고 나면 긴장 풀어져 맘껏 먹고 싶은 식욕과 싸워야 했다. 나는 적게 먹는다 생각하는데 내 몸은 그게 아니라니, 몸을 인정! 이게 단식한 새 몸의 현실이다.


10월 29일(목) 45.2 35.9 오전 두 번 황금바나나 대 깔끔 색깔 좋음

아침 공복의 힘 기른다며 운동 다녀와서 먹는 점심 과식의 위험. 그래서 아침 일어나서는 식초물 마시고, 8시 쯤 해독주스 한 잔 마시고 나가 봤다. 오는 길 한양대 게스트하우스에서 똥 눔. 복부 편하다


11월 6일(금) 45.5 36.1 아침 황금바나나 대

소화 잘 되고 식욕 좋고 똥 좋으니 먹고 싶은 맘 넘친다. 아침 해독주스 500cc에 감 세 개 뚝딱. 단감 물러버리면 맛없으니까 얼른 먹어야지 라며. 찹쌀떡 한 개까지 먹은 건 비밀. 아들과 점심 먹는데 이놈은 꽃등심 중심으로 먹으니 나는 미역무침 감자단호박 샐러드에 피클까지 다 먹어치울 수밖에. 밥 더 먹고 싶은 걸 꾹꾹 참았구먼. 저녁 현미잡곡밥 반 공기에 묵나물에 싱싱한 로컬 쌈에 절임 등등. 배부른 느낌 심하지 않게 먹었노라 자위하지만, 많이 먹었다. 인정! 내일 똥이 어떨지 궁금하다.  


11월 9일(월) 45. 5 35.7 오전 황록바나나 대 족욕 부항

아침 체온 35점대로 나오면 기분 나쁘다. 체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노력 필요. 주열기만 계속하고 귀찮아서 쉬던 족욕과 부항을 다시 했다. 생강 홍차 팽이버섯 등 몸 따뜻하게 하는 음식 계속 먹기. 맛 없다는 사람 있던데 나는 생강이 세상 맛있으니, 복이로다.


11월 26일(목)

아침은 레몬즙이나 식초 떨어뜨린 물 마시고 점심 저녁만 밥 먹는 게 좋다. 소식이 가장 어려운 자연치유란 거 알겠다. 단식은 차라리 너무 쉬웠다. 안 먹으면 되니까! 소식, 세상 어렵다. 너무 어렵다, 소식 앞에 나는 너무너무 연약하다.


12월 9일(수) 45.4 아침 황금바나나 대

미리엄 엥겔버그의 만화 <암이란다, 이런 젠장>. 43세 유방암 수술. 재발. 48세 사망. 남편과 아들 하나. 암으로 우울하게 살지 않고 일상의 자잘하고 '얕은' 즐거움 유지하다 죽은 여자. TV드라마 많이 보고 만화 그리고 보고, 있는 그대로 현실 받아들이고. 화학치료만 의지하다 전형적인 말기암의 과정 거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괜찮은 여성 암 치유기가 없다.  


12월 12일(토) 35.8

아침은 마시기만 하고 1일 2식 자리 잡아가는 건 좋은데 점심 과식 위험 있다. 많이 먹고 나면 밀려오는 후회! 배가 아직 가볍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이 그렇게 먹냐고!


12월 19일(토) 46.2 36.0 똥 안 눈 날

딸이 이벤트 당첨되어 수원 G백화점 뷔페에서 점심. 신나고 여유롭게 요것조것 두 시간 가까이 먹었다. 과일 채소 중심으로. 위의 70%만 채워 먹기에 성공했을까? 그럴 리가! 배부르게 먹었다! 유일한 위안은 아주 천천히 꼭꼭 씹었다는 것. 별 게 다 위안이다. 소식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12월 31일 46.0 36.1 점심 후 황금바나나 대대

어제까지 2박 3일 딸과 함께 제주도 올레길 걷기 여행했다. 오늘도 컨디션 아주 좋다. 체중 46.0으로 체온 36.1로 한 해 마무리한다. 오전 1시간 반 남편과 함께 걸었다. 감사 또 감사. 감사 글쓰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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