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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05. 2020

장 청소, 숙변제거엔 역시 단식!

내 몸이 달라진 게 확실히 보인다


숙변은 현대의학에선 논란이 많은 주제인 듯하다. 


대장과 소장의 돌기 사이사이에 미세한 입자로 끼어 있는 묵은 찌꺼기 또는 묵은똥. 장에 삐져나온 주머니인 게실에 차 있을 수도 있다는 찌꺼기의 존재. 숙변은 있는 걸까? 숙변 따위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의학적인 논쟁은 전문가를 위해 남겨 두겠다. 나는 다만 단식으로 숙변을 배출해 봤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 서천 산야초 효소 단식원에서 단식 중이다. 오늘은 2020년 12월 5일, 단식 6일째 아침이다. 2015년 봄에 3주간 생애 첫 단식을 한 후 6년 만에 다시 하는 단식이다. 그동안 나는 1일 2식을 실천해 매일 한 끼를 단식한 셈이다. 이번에 다시 한다는 말은 장기 단식을 뜻한다. 2주간 할 예정이다.


단식 첫 이틀간 내가 한 일은 효소수 마시면서 똥 누는 일이었다(아! 단식은 맨날 똥 이야기다). 무더기 똥부터 무른 똥을 거쳐 물똥까지 계속 내 보냈다. 단식 3일 째부터 똥 색이 노란색으로 옅어지면서 물똥과 찌꺼기와 가래 덩이 같은 점액질이 나왔다. 노란색은 점점 색이 밝아졌다. 하루 열 번 정도 화장실을 들락거렸다(비대가 없다면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단식 4일 차 어젠 아기똥 색이 다시 황갈색 짙은 똥물로 달라졌다. 똥물 속에 가라앉은 미세한 찌꺼기 역시 색이 짙어졌다. 양도 횟수도 늘어났다. 어디 숨어 있다가 계속 나오는지 그 양에 놀라고 색에 또 놀랐다. 타이밍을 놓치면 밀려 나오는 똥물에 당하기 딱이다. 어제 오전에도 실은 뿌직! 하는 순간 옷을 버렸다. 


아~ 이럴 수가! 

그러나 슬퍼하지 말자. 모든 상황은 관찰의 기회 아니겠는가! 

옷을 버린 덕분에 나는 내 몸에서 나온 그것들을 제대로 가까이 확인할 수 있었다. 


변기 물에 희석된 옅은 똥물 말고 날것 그대로 속옷에 묻은 물똥을 관찰했다. 점액질과 미세한 찌꺼기들과 똥물이 모두 짙은 갈색이었다. 촉감도 느껴 보았다. 아~~ 냄새가 너무너무 역해 오래 견디기 힘들었다. 썩은 하수구 냄새, 바로 그거였다! 악취 나는 이것이 내 장에서 나온 거라고? 내 장 벽 융모 사이에 끼어있다가 떨어져 나온 찌끼라고? 묵은똥, 숙변, 뭐라 부르든, 존재 확인은 반가운 것!  


숙변제거엔 역시 단식이 최고다!


장은 너무나 중요한 장기다. 장 벽의 자잘한 융모 조직으로 영양을 소화 흡수하여 혈관으로 보낸다. 병원균 방어도 하고 비타민 합성에, 비만 여부, 피부 건강, 면역력 조절도 장이 하는 일이다. 소장 벽에서 분비되는 장액, 간에서 오는 쓸개즙, 이자액 등이 모두 장에서 쓰인다. 융모 조직에 찌끼가 끼면 독소를 유발하고 소화 흡수가 잘 안 되며 혈액이 탁해지게 된다.


장이 나쁘면 간이 나빠진다. 유기적이지 않은 기관이 있냐만, 간암에서 건강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장이 건강하고 깨끗해야 한다. 장 청소를 하는 이유다. 숙변이란 소장과 대장의 돌기 사이사이에 끼어 있다. 배변이 규칙적이지 못할수록, 장 건강이 안 좋을수록 구린내가 심해진다. 단식은 이 숨어있던 미새한 찌끼를 씻어 내고 악취를 내 보내는 대대적이 장청소인 셈이다. 




자, 그럼 내친김에 2015년 3월의 3주 단식 때 일기를 찾아 이번 단식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나는 지금 단식 6일 째다. 생애 첫 단식 6일째와 두 번째 단식 6일째는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단식 6일(3월 15일)- 45.7킬로. 컨디션 오르락내리락. 오후 전신 무력감. 몸 차가움. 누런 똥물.  단식 5일- 45.6킬로. 아침에 일어날 때 몸 무겁고 결림. 누런 똥물. 단식 4일- 46.5킬로. 산책 후 열 1시간 쬐고 땀 흘리고 나니 어지럽고 메스껍고 땀이 심하게 나며 쓰러질 듯 힘들었음. 누런 물똥 계속 조금씩 나오나 숙변 다운 건 안 보임..... 단식 12일- 가볍고 몸상태 좋은. 피곤 모르고 산책. 좀 더 짙은 씹다 만 나물 찌끼 같은. 쉼 없는 똥물. 단식 13일- 오전 하수구 역한 냄새나는 짙은색 점액질과 찌끼. 부유물 똥물. 이렇게 쉼 없이..... -2015년 3월 단식 일기에서


6년 전 4-6일은 가장 힘든 초기였다. 4일엔 이걸 계속할 수 있나 두려울 정도의 명현반응이 있었다. 피곤한 나날이었다. 이번 단식 4-6일 전혀 달랐다. 어제 아침 기온이 영하 6도, 흐리길래 오후에 운동을 나갔다. 철새 도래지 봉선지 호수가 조류독감 경계로 길이 막혀 산길로 우회하다 보니 세 시간이나 걸었다. 산에서 똥을 두 번이나 누면서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게 다가 아니다. 첫 단식 땐 12-13일에 가서야 역한 냄새에 색이 다시 짙어진 찌꺼기와 점액질이 나왔다. 이번엔 4-6일 지금 진행되는 상황이 그렇다. 바로 하수구 냄새의 숙변! 그때와 지금은 진행 속도가 차이 난다. 맞다. 왜 암환자에게 최장 3주 단식이겠는가. 암이 생긴 몸이란 대청소에 시간이 많이 걸리게 '더러움도 많은 몸'이라는 뜻이었다!


달라진 내 몸이 제대로 보인다. 그때의 단식 명현반응 기록도 새삼 낯설게 보인다. 전신 무력감이니 무거움이니, 어지러움 메스꺼움 따위 이번엔 전혀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다르지 않으면 이상한 거겠다. 그땐 B형 간염 보균자에 암 수술한 몸이었고, 지금은 대청소도 한 번 했던, 항체를 가진 새 몸 아닌가. 이번엔 2주 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장 청소와 숙변제거엔 역시 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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