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벌 김화숙 Dec 19. 2020

암은 병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암이다


"암은 병이 아니다" 


"병 자랑은 하여라."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자랑쟁이에게 흉이 더 많다거나 자랑 끝에 쉬 쓴다는 말과 달리 자랑에 호의적인 관점이 보인다. 왜일까? 병들었을 때는 숨기기보다 말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 병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좋은 치료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더 소통할 수 있으니까?  


병 자랑하기가 쉬울까? 우리 문화에서 병이 자랑거리로 통하는 거 같진 않다. 굳이 하라는 맥락도 사람들이 잘 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인 중에 암 진단을 받고도 교회와 이웃에 표시 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하던 대로 일상을 유지하는 그에게 병 자랑을 하라 마라 하진 못했다.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나는 병 자랑을 잘할까? 암 공부며 글쓰기로 자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암은 병이 아니다>를 읽고 보니 암이야말로 자랑해야 할 병인 걸 알겠다. 병이 아니라 암은 고마운 친구라니까. 책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암'이고 내 몸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게 암 치료의 길이라 말했다. 




이제 나를 돌보아야 할 때


암 환자들은 자존감이나 자긍심이 매우 부족하고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내적 갈등이 드러난 게 암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진짜 암은, 몸에 있는 종양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이라는 말이었다. 갇혀 있고 고립되어 있는 감정,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이 책이 말하는 진짜 암이었다.


내적 갈등, 폐색, 약해진 간. 다 내 이야기였다. 삶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도 내게 너무나 익숙했다. 나는 너무 오래, 매사에 순응적으로 살려고 자기를 갈아 넣어 버둥댔기 때문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화 내고 저항하고 바꾸려 시도하는 게 건강한 삶인데 말이다. 꽉 막힌 내면이 내 몸의 숨을 막았을 것이다. 내 몸아 정말 미안해!


더 뼈 때리는 진실이 뭐냐면, 암환자들이 대개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삶을 바쳐왔다는 통계였다. 헐~~ 이것도 내 이야기였다. 남이 아니라 자기를 돌보아야 할 때라고 몸이 강하게, 암이란 언어로 주장하는 것. 고로, 나를 사랑하고 내 몸을 돌보면 암은 절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자가면역 질병 B형 간염 치료 원리도 같다).   


구구절절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책이 제시하는 암 치유의 방향을 보라. "내 몸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라." 여기서 이웃 사랑에 또 꽂히면 안 된다. 방점은 '내 몸을 사랑하는 것처럼'에 있기 때문이다. 즉,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만큼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 나를 먼저 사랑하라, 이게 암 치유의 가장 필수적인 방향이었다.




내 안에 자신감이 더 커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짐 따위 안 지겠다 선언한 건 잘한 일이었다. 내 관심과 에너지는 점점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보이지 않았다. 내 몸과 맘이 스스로를 치유하느라 그런 변화를 택한 것이었다. 그 변화는 모두 내 몸이 살고 내가 사는 길임에 분명했다. 내 몸이 최고의 의사였다. 나는 책을 덮고 몇 가지를 실천에 옮겼다. 


첫째, 이기적으로 보일만큼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암이니까.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내 몸이 알 수 있게 해야 하니까. 식사, 잠, 운동의 양과 질을 지켰다1일 2식 자연식 채식단을 유지했다지역 '한살림' 조합원이 됐다. 내 몸이 좋아하는 건 하고 싫어하는 건 피했다. 옷장을 정리하고 버리고 나눴다오래 쓴 이불 배게도 바꿨다책상과 책장을 정리했다. 20년 넘은 식탁을 버리고 새로 샀다느려 터진 노트북을 바꿨다못 읽은 책과 못 본 영화를 소급해서 즐겼다. 불편한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에 나가 열심히 토론했고 사람들과 소통했다. 죽을 때 후회할 '버킷리스트'를 확인하고 실천했다문화센터에 주 1회 강좌 차밍댄스를 월 5만 원에 등록했다…….


둘째주방에서 전자레인지를 내다 버렸다. 

전에도 전자레인지의 전자파 논란은 들은 적 있었지만 '편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이 전자레인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많은 부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과학적 원리를 내가 다 이해한 건 아니었다. 다들 쓰고 사는데 그렇게 문제인가, 그래도 무시하기엔 찜찜했다. 두면 쓰게 되고 내 몸에 안 좋은 일을 할 거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멀쩡한' 전자레인지를 집 앞 고물상에 갖다 줬다. 


셋째5월부터 9월 나는 민소매로 나다니게 됐다. 

햇빛의 중요성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한국은 사철 햇빛 좋은 나라라 비타민부족 따위 없는 줄 알았. 내 검사 수치를 확인해 봐도 정상 범위보다 부족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생활에선 작정하고 햇빛을 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책의 주장에 나는 설득됐다. 하절기엔 무조건 민소매로 나다니는 거다. 갈색 팔뚝의 아줌마로 살기로 했다. 자외선 차단제도, 선글라스도 쓰지 않기로 했. 

외자외선의 효과: 심전도 수치 개선. 혈압 및 안정 시 심박 수 강하. 필요시 심박출량의 증가(안정 시 심박 수를 낮추는 것과 모순되는 것이 아님). 필요시 콜레스테롤 증가.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 증가. 혈당 조절. 지구력과 근력 향상. 림프구와 식균 지수(환자의 피에서 포식 세포 하나에 잡아먹히는 세균의 평균수)의 증가로 인한 신체 감염에 대한 저항력 증가. 몸 전체에서 강력한 광역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 조절.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 향상. 성호르몬의 증가. 감염에 대한 피부의 저항성 증가. 스트레스에 내성 증가 및 우울증 감소 등. <암은 병이 아니다>






이전 19화 먹지 마! 표준으로 니가 만들어 먹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