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을 모조리 삶아 널었다
저 붉고 고운 큰 손수건을 선물해 준 친구 난희한테 전화 한 번 해야겠다
가을비가 가늘게 오는 아침이지만 내가 쓰는 손수건을 모조리 모아 삶아 널었다.
이엠주방세제로 폭폭 삶아 손으로 조물조물 짜고 탈탈 털었다. 손수건의 스토리 손수건의 얼굴들을 추억하며 한 장 한 장 어루만지며 널었다. 작은 빨래걸이가 꽉 찼다. 욕실 수건은 매번 삶는데 손수건은 계절 바뀔 때 한 번 밖에 안 삶았네? 내 땀과 기름, 눈물과 콧물의 사연을 다 아는 친구들이로다.
저 붉고 고운 큰 손수건을 선물해 준 친구 난희한테 전화 한 번 해야겠다. 여행지에서 엄마 손수건이나 스카프 잘 사다 주던 우리 큰 놈, 얼굴 본 지 벌써 반년이 넘었군. 귀퉁이 레이스 연분홍 꽃무늬 손수건을 건네던 12년 전 그 내담자 어르신. 그 고운 자태는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겠지. 416 합창단 공연 때 목에 묶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노랑손수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 미술관에서 나를 따라온 손수건들....
하얀 손수건/ 어효선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쓸까 하고 꺼냈다가
때묻을까 봐
주머니에 도로 잘 넣어 두지요.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쓰지 않고 아꼈는데
웬일일까요
어느 틈에 까매진 내 손수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