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내 음식의 낯선 맛과 향 앞에 구역질하던 꼬마가 생각난다
오늘의 채식 접시는 두 끼 모두 어제 남은 음식으로 비워 먹었다.
무청시래기찜에 물 조금 더하고 현미가래떡을 썰어 넣어 한 번 더 지져 떡볶이로 먹었다. 하카마와 파프리카 치커리 셀러리 썰어 둔 것에 겨자씨랑발사믹등으로 비벼 채소샐러드로 먹었다. 졸여놓은 밤마늘 한 술 곁들여 꼭꼭 씹었다. 비건식의 중요한 원리, 냉장고에 음식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비워 먹기였고 맛과 향이살아있도록 제때 먹기였다. 다시 먹어도 참 향기로운 비건식이로다.
여기까지 쓰니 불쑥 엊저녁이 생각난다. 제 엄마 따라왔던 6살 꼬마 손님이 밥상에서 웩! 구역질하던 장면이다. 내 음식 맛과 향이 저 정도로 낯설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 '좋아하는' 걸 준비하지 못한 게 살짝 미안했다. 그러나 미안함은 잠깐이고 지금 나는 딴 생각을 한다. 그래, 그 역한 기분 이해해. 아름다워. 육식 앞에서 비건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렇지. 사람들은 비건의 기분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음식이 누군가에겐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였다. 맛도 향도 낯설단다. 내겐 아름답기만 한 맛이요 향인데 말이다. 나는 허브 마니아라 향을 맛만큼 즐기니 어쩌냐. 음식은 맛으로 먹을까 향으로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