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도, 탄소 배출도 최소한으로 먹는 집밥 자연식채식 한 접시
이렇게 맛나게 익은 총각김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필설이 모자란다. 이런 식으로 퉁치는 건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지 않은 글쓰기 태도란 거 안다. 총각김치를 묘사해야지. 음, 그래, 아삭아삭한 총각무와 무청의 식감, 발효로 잘 배어든 맛, 양념과 고수가 어우러진 풍미. 이렇게 매력적인 총각김치는 화숙표 자연식채식김치밖에 없다! 나는 매번 내 김치가 세상에 제일 맛나다고 자화자찬하며 먹는다. 어쩔?
잡곡밥 한 덩이를 둘러싼 것들은 늘 먹는 제철 채소들이다. 찐 양배추, 찐 비트, 생 연근, 그 옆에는 밤과 마늘 조림. 지난번 주운 밤을 삶아 일부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엄마한테 다녀오느라 이제야 까먹었다. 겉껍질만 벗기고 율피 그대로 마늘과 함께 딜씨앗 섞어 간장 살짝 넣고 졸였다. 삶은 밤 그대로 파먹는 게 제일 좋지만 냉장고에서 좀 묵은 거라 조리해서 먹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슴슴하니까 초고추장 한 술 곁들여 먹었다.
내일은 글쓰기 팀 편집회의를 우리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저녁도 먹여 보낼 예정이다. 내가 매일 먹듯 이런 자연 그대로 밥상을 차려도 되려나 살짝 고민이 되는 건 뭘까. 행여 젊은 벗들 중에 이런 밥상 맛없어 할까 봐. 무난하게 토마토카레소스랑 미역국 끓여놨다. 내일 오후 서울에서 오자니 오늘 준비해 놔야 했다. 에너지 소비도, 탄소 배출도, 쓰레기도, 조리과정도, 최소한으로 먹고 사는 즐거움. 마음도 몸도 맑고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