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부부의 평범한 점심 자연식채식 밥상
조리가공 최소한의 비건식을 하자니 치아가 매일 열일한다.
'풀때기로만' 차려진 아주 평범한 진수성찬이다.
모처럼 숙덕부부가 마주 앉아 점심을 먹었다. 서울과 안산에 떨어져 사는 날이 많다 보니 같이 밥 먹는 날이 한 주 몇 번 안 된다. 둘이 같이 한 상에 먹는 가장 보통의 우리 집밥, 완전채식밥상이다. 누군 이걸 풀때기로만 차려진 먹을 것 없는 밥상이라고 할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겐 이런 분위기가 가장 맛있고 가장 속 편하고 익숙한 차림이다. 꼭꼭 씹어 식재로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며 수다떨며 먹는다.
잣을 갈아 넣은 뽀얀 미역국물에 기름기가 돈다. 기름 잘 안 쓰는 밥상에서 가장 기름져 보이는 음식이겠다. 현미잡곡밥엔 색색이 씹을 알곡들이 가득 섞여있다. 큰 접시에 담긴 채소들은 꾸밈없는 얼굴 그대로 아름답다. 찐 양배추, 생쇠미역, 연근, 당근. 씹고 씹을수록 맛이 좋다. 땅콩조림에 붙은 자잘한 것들은 로즈메리 씨앗. 간장 한 방울밖에 넣은 게 없으니 반드르르한 때깔이 날 리가 없다.
조리가공 최소한의 비건으로 먹고살자니 늘 내 치아가 열일한다. 새삼 모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