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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영미 Dec 21. 2021

[ 그림책 서평] 인어를 믿나요? 결혼식에 간 훌리안

-제시카 러브의 그림책 이야기

그림책 [인어를 믿나요?]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줄리앙의 이야기이다. 

줄리앙은 인어를 좋아하는 남자아이이다. 표지는 본문의 장면을 가지고 왔는데, 앞표지와 뒤표지를 연결되지 않은 그림으로 완성했다. 표지 제목 서체에 장식적이며, 디자인적 요소가 들어가서, 인어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원제는 Julián is a Mermaid이다. 

할머니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줄리앙은 인어 복장을 한 여성들을 보게 되고, 자신이 인어가 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줄리앙은 할머니가 목욕을 하러 간 사이 식물과 커튼을 이용해서 인어 복장을 만들어 입고, 곱게 화장도 한다. 자신을 야단칠 거라고 생각한 할머니가 줄리앙에게 잘 어울리는 목걸이를 선물하고, 할머니는 줄리앙을 데리고 메메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한다. 메메이드 퍼레이드는 실제 뉴욕에서 여름마다 열리며, 바다를 주제로 한 의상을 차려입고 행진하는 행사다. 

https://www.coneyisland.com/programs/mermaid-parade

그림 재료는 갈색 종이에 구아슈, 불투명 수채물감을 사용해서 그렸는데,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갈색 종이를 엄청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인데, 다음 작품인 [결혼식에 간 훌리안(Julián at the wedding)]에서도 같은 종이와 물감을 사용하였다. 색감은 두 번째 작품에서 더욱 풍성하고, 진해진 걸 볼 수 있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모두 프레임이 없으며, 청록색(Pale Turquoise)과 파란색이 강조색으로 쓰이고 있다.


할머니 나도 인어인데.”

할머니에게 인어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던 줄리앙이 자신도 인어라고 말하는 모습을 통해서, 줄리앙이 할머니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볼 수 있다.

그래우리 꼬마 인어도 같이 가 볼래?”

할머니가 숨어 있는 줄리앙에게 퍼레이드에 함께 가자며 하는 말인데, 할머니가 줄리앙의 자아정체성을 인정해 주고 지지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어 복장을 한 줄리앙을 데리고 길을 걷는 할머니의 모습은 당당하게 보인다. 줄리앙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할머니의 사랑이 전해진다. 이 장면 속 할머니의 옷 색깔과 문양은 줄리앙이 지하철에서 상상했던 바닷속 인어가 된 자신에게 목걸이를 건네는 물고기와 같은 색깔과 문양이다. 작가가 두 대상을 동일시한 것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줄리앙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작가는 실제 트랜스젠더의 친구가 있고, 그 친구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https://www.critterlit.com/blog/2018/11/7/interview-with-debut-author-illustrator-jessica-love


제시카 러브는 그림책 작가 이전에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했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인 [인어를 믿나요?]로, 스톤월 북 어워드와 쿨라우스 플러게 상 등을 수상했다. 다음 작품으로는 2021년 발간된 [결혼식에 간 훌리안(Julián at the wedding)]으로 동성애 커플 결혼식에 참여한 줄리앙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혼식에 간 훌리안(Julián at the wedding)]은 결혼식은 사랑을 위한 파티라는 본문의 문구처럼, 동성애자의 결혼식에서 사회적 규범이나 시선을 떠나 지인의 결혼식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하는 훌리안과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야기는 동성애 커플의 결혼식 소재가 크게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훌리안과 또래 여자 친구, 마리솔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이다. 두 사람은 파티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차림이 이야기 속 사건과 맞물리면서 바뀌는 모습이 그려진다. 수줍음이 많고 꽃과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훌리안, 와일드하고 장난꾸러기인 마리솔이 서로의 옷차림에 변화를 주면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남성이기에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하지 않아도 되고, 여성이기에 꽃화관과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된다는, 서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편한 모습으로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동성애 커플의 결혼식과 연결시켜서 그림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변화된 성역할을 넘어 성(性)의 구분을 떠나, 개인 누구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유의지에 대한 가치를 두 그림책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https://jesslove.format.com/julian-is-a-mer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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