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서커스

곽영미 글, 김선영 그림 | 숨쉬는책공장

by 곽영미

누군가에겐 즐거운 서커스 또는 죽음의 길


누구나 한 번쯤 살아가면서 서커스를 본 적이 있을 테다. 물범, 원숭이, 돌고래 등 동물 쇼.

내가 글을 쓰고, 김선영 그린 그림책 [코끼리 서커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코끼리 서커스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처음 이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 서다. 태국 여행을 알아보던 중 체험 코스에 코끼리 트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코끼리 등에 타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여행 코스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끼리 트립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통해 코끼리 보호 카페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나는 우리가 여행에서 만나는 코끼리가 어떻게 포획되는지 알게 되었다.


[표지와 면지를 살펴보자]

앞표지와 뒤표지는 배경이 숲 그림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숲이라고 말할 수 없다. 깃발, 서커스 천막, 외발 자전거 등 서커스와 연결된 그림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표지는 코끼리의 앞모습이, 뒤표지에는 코끼리의 옆모습이 보인다. 앞표지에 그려진 코끼리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눈이 온통 까매서 감정을 읽어나갈 수 없다.

그래서 코끼리가 기뻐하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표지(앞-뒤)

면지에는 피에로 모습이 보인다. 피에로는 두 손을 위로 활짝 들고 있어서 마치 책을 읽는 독자를 환영하는 듯하다. 서지사항이 보이는 표제지에는 제목에 반짝이는 불빛을 넣었고, 글자의 배열을 서커스 천막처럼 보이게 구성하여 서커스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일종의 타이포그래피이다. 타이포그래피는 활자 서체나 서체의 배열, 배치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이다. 타이포그래피 역시 그림책에서는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이다.

noname13.jpg 표제지 - 타이포그래피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는 한 가족이 여행을 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림이 좀 이상하다.

한 컷의 그림에 두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여행을 가는 가족과 밀림 숲이 함께 들어가 있다.

밀림에서는 코뿔소가 보이지만 여행 가는 가족 그림에서는 화분처럼 보인다.

두 그림을 연결해서 착시 효과를 주었다.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어.]


noname14.jpg 본문 부분-샷(shot)


글은 가족이 여행을 시작됨을 알려준다. 다음 그림에서는 프레임(화면)의 크기가 앞의 것보다 커졌다. 이제 가족들은 버스를 타고, 여행지에서 관광을 시작하고 있다. 이 화면 역시 앞의 화면처럼 한 컷의 그림에 두 장면이 들어가 있다. 관광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밀림 속에서 아기코끼리와 엄마 코끼리가 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 밤, 코끼리 서커스를 볼 거야.]

글은 여전히 드 개의 그림 장면 중 사람들 관점에서 쓰였다.


다음 장면의 구성도 동일하게 진행된다. 한 컷의 장면에서 두 개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프레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코끼리가 포획되었다는 그림이나 글은 없지만 사냥꾼을 등장해서 코끼리가 포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문 부분-샷(shot)



드디어 주인공 아이는 기다리던 코끼리 서커스를 보려고 서커스 장에 도착했다.

아이는 서커스를 기다리는 중 좁은 쇠창살에 갇힌 코끼리를 슬쩍 보기도 하지만

그 코끼리들이 엄마를 잃고 밀렵된 아기 코끼리라는 생각을 못한다.

사실 코끼리 옆 빈 박스에 총에 맞아 죽는 엄마의 모습을 넣고자 했다. 그러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지 않다는 생각되어 그림에서 뺐다.


드디어 숨 막히는 순간이 왔다. 코끼리 서커스가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은 숨죽여 코끼리 서커스를 관람한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인사도 하고, 먹이주기 체험도 한다.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리고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글은 이렇게 밝고 즐겁지만 그림은 펼침면에 두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알려준다. 코끼리는 우리와 즐겁게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먹이도 잘 받아먹지 않고, 조련사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noname10.jpg 본문 한쪽면-샷(shot)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다시 프레임이 두 개로 나뉜다. 왼쪽 프레임의 그림은 아이를 따라가고, 오른쪽 프레임은 잡혀온 코끼리가 어떻게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지고 훈련을 받는지 보여준다.

아이는 호텔로 돌아와서 즐거웠던 코끼리 서커스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다. 그러면서 잠자리에 들어서 밀림에서 코끼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꾼다. 그리고 즐거운 여행 기억을 가진 채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갖게 된다.


[그런데 코끼리는 어디서 왔을까?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서커스는 어떻게 배웠을까?

코끼리도 서커스를 좋아할까?]


이 글은 네 페이지에 걸쳐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 짧고 간단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코끼리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가족들과의 이별을 떠올리게 하고, 서커스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과연 코끼리도 서커스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통해서 나는 좋지만 코끼리는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다다르게 된다.


코끼리를 밀렵하는 사람들은 어미 코끼리를 잡지 않는다. 새끼 코끼리만을 밀렵한다. 길들이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야생에서 오랜 생활을 한 동물은 잡아도 사람들이 길들이기 어렵다. 밀렵꾼들은 어린 동물을 잡아 좁은 공간에서 네 다리를 묶어 꼼짝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을 주며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게 하고, 사람들의 지시에 복종하도록 가르친다. 이러한 과정을 ‘파잔 의식’이라고 부른다.


이 그림책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은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과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의 세계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고 싶지 않은 세계의 모습은 외면하고, 알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올 때쯤, 다행히 미국에서 100년 넘게 진행되었던 코끼리 서커스가 폐지되었다. 너무나도 기쁜 소식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히 서커스의 코끼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는 돌고래로, 물개로, 원숭이로 모든 동물로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직접적으로 동물들을 죽이고 학대하는 일이 줄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람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려면 학대받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인간다울 수 있는 것처럼,

동물들도 그들의 자유 의지대로 살아가야

동물다울 수 있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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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테라피]


**[코끼리 서커스] 단어로 자신만의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어 보자.

타이포그래피3.png 문자의 배열로 실루엣 완성 [출처] 타이포 그래피|작성자 쇼리장군


Word_Animals7.jpg

동물 이름으로 동물 형태를 만든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출처] [타이포그래피]여러가지 타이포그래피들.|작성자 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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