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Y자 모양의 나무에 고무줄을 매어
작은 돌멩이를 튕기던 새총...!
보통은 나뭇가지를 잘라 만들었는데,
가만히 보면
나무 안에는 나뭇가지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알파벳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와이...!
소문자 와이와 대문자 와이요.
수많은 알파벳들로 오랜 세월 새총을 만들어내며
나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유지소 시인은 < y거나 Y >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떡잎부터 고목까지 일평생 새총을 만드는 나무를 바라보며,
새는 나무의 도플갱어...
나무의 육체로부터 유체이탈한 나무의 영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오는 걸 원치 않는다구요.
고정식 탁자 같은 나무에게 새는 일종의 접이식의자 같은 것.
언제든 몸을 접고 날개를 펴 훌훌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방랑자이길 바라는 거죠.
그러니 나무에게 새는 뿌리를 탈출한 나무,
훨훨 나는 영혼...!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새는
뿌리를 내리기 위해
나무에 둥지를 틀고
나무는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새를 날린다
새는
나무로 돌아오는 힘으로
일생을 살고
나무는
새를 날려버리는 힘으로
일생을 산다
새가
영원히 나무로 돌아오지 않을 때
나무는
비로소
완전한 나무가 된다.
(유지소 시인. 계간 『시작』 2012년 봄호 발표)
뿌리를 내리고 싶어서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
더 멀리 날아가고 싶어, 자유롭고 싶어,
새를 날리는 나무.
서로 끊임없이 돌아오고, 날려버리는 그들의 영혼은...
바로 우리들일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있을
나의 새,
나의 나무...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