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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Oct 06. 2021

호주 학교에서 '왕따'를 방지하는 방법은?

버디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호주 초등학교엔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이 흔하게 있다. 학교 내의 고학년과 저학년 학생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교내 생활을 서로 돕는 제도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프랩 (초등학교 최저학년, 굳이 말하면 유치원 과정인데 정규 초등학교 내에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3,4세엔 유치원을 다니고 5세엔 프랩을 다닌 뒤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학생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한 명씩 짝을 져서 1년간 서로 적극적으로 돌본다.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예로 들어보겠다. 4살 유치원 마지막 텀(9-12월, 1년에 4 텀이 있다.)이 되면 길 건너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한 번씩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갖는다. 또 유치원 아이들도 1-2주 간격으로 내년에 입학할 학교를 서너 번씩 방문하며 교내 분위기를 익힌다. 취학 전 아이들이 새롭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데 따르는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학교와 유치원이 서로 지원하는 것이다. 난 호주 학교의 세심함에 꽤 자주 놀란다. 어린 입학 예정자들의 심리와 정서를 염려해 재학생들을 몇 달 전부터 한 동네 유치원에 정기적으로 투입해 놀아주는 시간을 커리큘럼 안에 짜 넣다니 말이다.


신학기가 되어 아이들이 정식으로 프랩에 입학하면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버디' 들의 활약은 눈에 띈다. 학교 내 시설들을 안내하고 교복이나 체육복을 언제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준다. 학교생활 내내 스쿨버스는 잘 타고 내리는지 점심은 알아서 잘 먹는지 쉬는 시간에 어울리는 친구들은 있는지 등을 챙긴다. 호주는 쉬는 시간이면 전교생이 교실에 있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오기 때문에 서로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신체적 활동을 강조하는 면도 있고 선생님들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장에 몰아놓고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살핀다. 쉬는 시간에 교실 안에 남아있는 건 교칙위반이다. 


호주의 버디 시스템은 학업에 대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일부 학생들이 학교나 학급 내에서 소외되거나 왕따 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실행하는 경우도 많다. 점심을 혼자 먹거나 쉬는 시간 동안 무리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버디가 작은 숨통을 튀어주는 것이다. 선배로서의 '멘토'라고도 할 수 있고 그냥 언니나 오빠처럼 의지가 되기도 한다. 학교에 따라 일주일에 30분 혹은 한 시간씩 함께 하는 시간도 있다. 특별한 때에 맞춰 프로젝트를 같이 한다든지(학교 행사를 같이 준비한다던지, 숙제를 돌봐주기도 한다.) 고학년의 버디가 적극적으로 생활을 이끌어 줌으로써 입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고학년 학생은 그들대로 상대를 배려하고 도우면서 책임감도 배우고 자신감 자존감을 키우게 된다. 요즘은 외동아이들이 많은데 또래집단을 떠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성도 늘어난다. 


제 이름은 쓸 줄 몰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구구단은 서툴러도 경쟁보다 상생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호주 교육의 힘이다. (2011/3/2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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