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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y 10. 2022

한국 vs. 호주, 안전개념 이렇게 다르다.

호주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포옹(hugging)과 하이 파이브를 금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신체적 접촉을 자제하도록 강조하다 보니 이런 항목까지 넣었나 본데 호주 사회도 대체로 이 뉴스를 매우 황당해하며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오늘은 호주에 살면서 경험했던 이들의 독특한 안전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지붕 위의 공은 누가 내리나?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 회의에서 의논했던 안건이다. 아이들이 공을 차다 보면 학교 지붕(단층 건물) 위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이나 주변의 어른 누군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꺼내 주고는 했단다. 그런데 어느 한 학부모가 안전을 문제 삼으며 이의를 제기한 거다. 호주 법에 따르면 공공건물 지붕은 올라갈 수 있는 면허를 획득한 자만이 올라갈 수 있단다. (주로 건축자나 굴뚝 청소부 전기 일을 하는 사람 등이 이런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 고로 이런 면허 없이 올라간 이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법을 위반한 사실로 인해 책임자가 고초를 겪기도 하거니와 보험혜택도 받을 수 없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은 하루에도 몇 개씩 심심찮게 올라가는데, 그때마다 면허자를 부를 수도 없고 (*인건비가 워낙 비싸 무슨 일을 하든 출동비만도 어마어마하다.) 공을 마냥 사다 댈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결론은 3달에 한 번씩 면허 있는 사람을 부르는 걸로.^^ 


2.    근무시간 이외에 일을 하면 안 된다. 


지인이 학교에서 일주일에 이틀씩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자기가 일을 하지 않는 날에 체육대회인지 큰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당을 더 받겠다는 계산 따위는 하지도 않고, 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경기도 하니 응원도 해주고 싶어서 “행사날 많이 바쁠 테니 와서 돕겠다.”고 교장에게 말했단다. 고마워할 줄 알았던 교장은 깜짝 놀라며, “쉬는 날인데 왜 일을 해요? 게다가 근무일 외에 일하다가 안전상에 문제라도 생기면 보험도 커버되지 않으니 나오지 말아요” 했단다. 


3.    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어느 고등학교 소그룹 아이들이(10여 명) 방과 후 활동으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두 명의 선생님이 인솔하기로 한 뒤 이동용 버스도 준비하고 극장 예약도 하고 학부모로부터 동의서도 받아놓고 그렇게 수일 동안 준비를 했는데, 가기로 한 당일 선생님 한 분이 몸이 아파 인솔을 못하게 됐다. 다른 인솔자를 급하게 구하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 

계획은 막판에 취소됐다. 그룹이 큰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어린것도 아니고 한 선생님이 좀 바쁘기는 해도 혼자서 인솔할 정도였는데 교사 일인당 인솔할 수 있는 학생수의 제한을 넘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동안 여러 번 모여서 의논하고 어렵게 날짜를 맞추고 갖은 준비를 다했는데 그냥 허무하게 취소되고 끝이었다. 


4.    카시트와 엄마품 


아기는 반드시 카 시트에 앉아야 한다. 갖 태어난 아기도 엄마 품에 안겨 차를 타면 안 된다. 아들을 낳기 전 출생 준비를 할 때도 카시트를 제일 먼저 구했던 것 같다. 그게 없으면 아기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올 수 없으니까. 아기는 뒷좌석 카시트에 홀로 앉고(눕고) 부모는 앞 좌석에 앉는다. 난 동네 엄마들이 다 그러니 그런가 보다 하고 별생각 없이 따라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 엄마들은 이 개념을 적응 못해 힘들어했다. 어떻게 갓난아기를 따로 눕히냐며 몹시 불안해했고, 앞 좌석에 앉을 엄두를 못 내고 뒷좌석 카시트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무슨 일이 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런데 모성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엄마 품에 안긴 아기보다 카시트에 따로 앉은 아기가 훨씬 안전하다는 과학적 실험 결과도 있다.) 


사실 이런 예는 너무도 많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법으로 정해놓고 미련할 정도로 이걸 다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융통성 없음에 기가 막히고, ‘도대체 일을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안전 개념이 너무 철저하고, 이렇게 규제화된 안전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일은 당연히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발생하지 않은 ‘만에 하나’를 염려하며 ‘9999’를 가볍게 접는 것이다. 


한국의 예를 일일이 들지는 않겠지만 한국은 신속하다는 것이 장점이고, ‘만에 하나’를 기대하며 ‘9999’를 무시하는 아슬아슬한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이 중간이 딱 좋을 듯한데, 지구 위 어느 땅 어느 인간들이 이쯤에 해당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12/06/24)


* 얼마 전 세찬 비에 물이 들어간 듯, 지붕 한쪽 전구가 나갔다. 전기기사를 불렀더니, 대략 30분쯤 물이 다 말랐음을 확인하고 전구를 갈고는 $165 달러를 청구했다. 출동비 $80, 전구비 $5, 노동비 $80-한국돈으로 15만 원 정도. 내가 호구가 아니라 시세가 그렇다.ㅜㅜ)  (2022/5)



이전 10화 호주 아이들도 즐기는 '오징어 게임' 속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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