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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9. 2022

호주, 브루니섬 고래 생태 수업 풍경

바닷가에선 고래 구조 방법도 알아야 한다.


호주 남단 태즈메니아 섬의 위상은 한국으로 치자면 제주도쯤 될 것이다. 면적은 남한 전체와 비슷할 만큼 넓은데 인구는 적어 원시의 자연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런 섬마저도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며 더 깊숙한 태곳적 자연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작은 배를 타고 호바트 항에서 40분쯤 떨어진 브루니 섬으로 간다. 그곳엔 전기도 수도도 없고 친환경 화장실이 있는 유무료 캠핑장들이 한적하게 숨어있다.


사람들은 잠시 문명과 떨어져 자연과 하나가 되어 불을 지피고 낚시하고 산을 오르내리며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 가족도 그랬다. 어느 날 캠핑장 알림판에 고래 구조 생태 수업이 있다 해서 지정한 바닷가에 나가봤더니 아이들을 데려 온 몇몇 가족들과 수업을 진행할 국립공원 소속 레인저들이 있었다.

바닷가 주변엔 고래들이 떼 지어 사는데 가끔씩 여러 이유로 조류를 타지 못한 고래가 뭍으로 올라 와 생명을 잃는 단다. 얕아진 물속에서 헤엄을 치지 못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호주 뉴스를 보면 그런 경우가 꽤 종종 있고 몇 년 전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구조에 실패했는데, 고래 사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거창한 계획을 수립하던 중, 어느 날 밤 거대한 밀물이 사체를 깨끗이 쓸어갔고 마을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 한 마리 구조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몸무게만도 수십 톤이고 크레인 등 초대형 구조기구들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바윗길 모래길인 경우가 많아 상당한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런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기 전에 누구든 위기에 처한 고래를 먼저 본 이들은 응급조치를 하며 고래의 생존 시간을 늘려야 하고 아이들조차도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레인저는 강조한다.

 크기를 가늠하고자 모래밭에 고래를 그려 함께 손으로 팠다. 지금 사이즈를 보니 아기 고래인 듯.

수업은 이론과 실습 게임을 겸하며 아이들 눈높이에서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진행됐다.

고래 주변으로 수로를 만들어 바닷물을 공급한다.
사람들이 들 수 있는 크기라면 천막을 이용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구조 끝.

고래역을 맡은 성인 남자를 실제로 옮겨 이동하느라 아이들은 진땀을 뺐는데 모두들 실제처럼 진지하게 참여했다. 

한나절 바닷가에서 낯선 이들과 만나 고래 생태를 배우고 힘을 합쳐 구조도 하고 환경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날과는 다른 하루를 보냈다. 여행 중 그 지역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동참해 봄으로써 더 많은 이해와 추억을 얻는다면 좋을 것 같다. 북호주 사막을 여행하며 그 지역 별자리를 연구하는 천문 동호회에 참석했었고 야생화나 야생 조류를 관찰하는 모임 등에 참여하여 유익한 시간을 보낸 기억들이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누구든 힘을 보탤 수 있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제나 상횡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알아보고 참석해 보면 좋을 듯하다. (2017년 2월 씀)


태즈메니아 동쪽 바닷가, 와인 글라스 베이. 오늘 저녁 메뉴는?
클레이들 마운틴
무인도에 가까운 캠핑장.

재밌게 보던 우영우 드라마가 끝났다. 고래를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2017년 호주 남단 태즈매니아 섬을 3주간 로드 캠핑 여행하다가 참여했던 고래 생태 수업이 떠올랐다. 영화의 어떤 배경을 보며 혹은 드라마를 보다가 또 문득, 예전의 어떤 여행으로 휙 돌아갈 때가 있다. 그때의 경험들이 드라마 속의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돕기도 하고 영화 속의 무언가를 보며 여행 때 놓쳤던 어떤 것들을 새롭게 배우기도 한다.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의 시간들과 이리저리 엮이며 상호작용을 하니 이것도 그랜드 투어의 묘미가 아닐까. 가족여행의 추억은 세월이 지나도 각자의 마음속에서 거듭 새롭게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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