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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22. 2021

호주 '사막 동물원' 이색 풍경 & 별난 사색.

동물을 배려하는 동물원이 아름다워.

중앙 호주(Central Australia)의 대표도시라 할 수 있는 앨리스 스프링스, 그 인근의 사막 동물원(Alice Springs Desert Park)에 갔다. 2주간의 일정 중 하루쯤은 한 군데의 동물원을 가자고 대략의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 도시에 있는 3일 동안 매일 동물원을 한 번씩 가게 됐다. 이유는 그냥 너무 흥미로워서...

이전에 소개했던 도마뱀 사설 동물원이 한 곳이고 오늘 소개할 이 동물원은 이날 오후를 내내 보내고도 모자라 다음 날 한밤중에 다시 찾아갔는데, 야간 동물원 소개는 다음에 하겠다.

어쨌든 입구를 들어서면 이런 모습이다. 거대한 산 하나가 떡 버티고 있는 허허벌판 광야이다.


호주 동물원은 인간의 관람을 위주로 한 동물원이냐, 동물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보호소냐(Sanctuary), 특수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동물을 찾아보는 사파리냐, 한밤중에 깨어 활동하는 밤 동물을 보는 동물원이냐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그래도 다른 나라의 여타 동물원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어느 종류의 동물원이든 간에 대단히 넓은 공간에서 매우 분방하게 생활한다는 점일 것이다.^^

수백 평의 단독 저택쯤 되는 새장에 몇 마리의 새들이 호화롭게 산다. 저 안의 새들은 자신이 갇혀있다는 자각을 하기는 하는 걸까?

도대체 울타리가 어디에 있는지 있기는 한 건지 헷갈리는 구조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간식으로 구워 먹는 애벌레와 식용 야생식물, 과일들. 오디오 설명기를 꽂고 다니며 상세한 설명을 듣는다. 다양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레인저(동물원 관리인)들이 수시로 곳곳에서 설명회를 한다.

관람객은 몇 안 되는 듯 넓은 평원이 텅텅 비어있는데, 브로셔에 나와 있는 설명회 시간에 맞춰 특정 장소에 가보면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로 대략 한 무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는 관리인을 따라다니며 매우 심오하고 학구적이고 철학적인 모습으로 동물들을 관찰한다.

울타리는 보이지도 않는 들판 길을 따라 이 지역만의 특산 야생꽃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풀밭 위로 새들이 날아다닌다. 같은 새인데, 누구는 새장 안에 있고 누구는 새장 밖에 있고... 알 수 없는 시스템이다. 동물원에 거주하는 친지를 방문하러 온 듯한 자유로운 새.

이 지역만의 동물들이 주제이다 보니 새 종류와 뱀 도마뱀, 두더지 종류의 동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자나 기린 같은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아프리카 짐승들은 없었다. 게다가 땅은 넓고 동물들은 자유로워서 눈에 잘 띄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면 매우 지루하고 조용한 본전 생각나는 동물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무 한 그루, 독특한 열매들, 색색의 야생 꽃들, 풀들 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할 만큼 정원이며 산책길이 아름답다. 그러다 뛰어다니는 날짐승을 찾기라도 하면 그건 오히려 횡재를 하는 기분이랄까..

이 리저드도 우리의 산책길 앞을 그냥 지나갔다. 동물원 소속인지 야생인지 모르겠다. 다가가도 우아한 걸음의 속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저 내 쪽에서 숨을 죽이는 수밖에..



이 지역 생태를 소개하는 영화를 관람했다. 동물의 왕국쯤인 다큐멘터리인데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여주던 스크린이 블라인드처럼 쪼개지면서 통유리창이 되어 동물원 바깥 풍경을 보여주는데,

아까 입구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산 풍경이 그대로 한 장의 필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이 여기에 있습니다."

대략 이런 멘트 뒤에 화면이 열렸던 것 같다.


아.. 정말.........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정수리를 찌르는 느낌이었다.

새쇼 시간이 됐다. 두꺼운 안경을 쓴 젊은 청년이 여러 종류의 새를 소개했고 생태를 설명했다. 새들은 날개를 펴고 멋지게 날아와 그가 던져주는 날고기를 허공에서 받아먹으면 그만이었다.

싱가포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롱 새 공원'이 있다. 세계 최대의 새 공원이라던가, 가장 많은 새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던가, 어쨌든 그런 류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하는 새쇼를 본 적이 있다. 대단했다. 새들은 인간의 말을 했고 줄넘기를 했고 자전거를 탔고 뽑기도 했으며 짝발로 뛰고 점프도 했다. 사람들은 좋아라 환호하고 사진도 찍고 열광을 했는데, 이날 호주에서 이 쇼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왜 새들이 그런 쇼를 해야 하는 건가.. 그들이 그런 재주를 선보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같은.

호주 새들은 그저 본능대로 멋지게 날며 던져주는 고기 한점 공중에서 받아먹어도 충분히 박수를 받는데...

왜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재주를 부려야 하는 걸까.... 같은.

그러다 나의 생각은 인간에게까지 확대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고속 발전을 해온 치열한 경쟁 속의 아시아에서는 동물이건 사람이건 능력 이상의 것을 뽑아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인가란...;;

쇼가 끝날 무렵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로 돌아가야 할 새가 동물원 밖으로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관리인은 매우 황당해하며 닭 쫓던 개처럼 새가 날아간 곳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미처 자리를 뜨지 못한 관람객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하는데..

그는 애써 침착해하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대략 놀다가 저녁 공연 전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중얼댔다.

이렇게 새장이 넓고 좋아도 때론 구속이 불편한 것일 게다. 자유가, 야생의 삶이 그리운 것일 게다.


새가 좋아 키운다면서 꼭 한 마리 만을 새장에 두는 사람이 있다. 두 마리를 함께 두면 자기들끼리 죽이 맞아 인간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나.. 그래서 딱 한 마리만 두면 이 새는 주인을 바라보고 주인의 말을 따라 하고 한단다. 그런 새를 보며 주인은 새가 자신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귀여워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관심과 사랑은 좀 슬프고 잔인하다.

가까이서 새를 볼 수 없어 따로 새장에 키운다면 내가 외롭더라도 두 마리는 같이 키우라고 하고 싶다. 대상의 삶을 섣불리 간섭하고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은 파괴적 유희일뿐이지 않은가.... (2012/11/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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