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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21. 2021

호주, '탐험가'의 삶이란 이런 것!

존 스튜어트 이야기.

존 맥듀얼 스튜어트(John McDouall Stuart)를 이번 여행에서 만났다. 호주에서는 탐험가의 왕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길 위의 간이 휴게소, 어떤 주유소, 활짝 핀 야생꽃

그는 1860년 4월 21일 다른 두 명의 탐험가와 함께 중앙 호주(Central Australia)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은 첫 유럽인이었단다. 무수한 사람들이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딘 뒤, 중앙 호주 탐험에 나섰지만 실패로 끝났다. 광활하고 메마른 사막 위를 지도도 없이 헤매는 것만큼 무모한 일이 있을까…


스튜어트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었고, 사막에서 물을 찾아내는 기술이 탁월했으며,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단다. 1861년 그는 중앙 호주를 넘어 이번에는 북 호주를 정복하는 탐험에 나섰다. 10명의 남자와 말 49마리를 이끌고. 또 다른 빅토리아주 탐험팀은 17명의 남자와 27마리의 낙타, 28마리의 말과 마차를 이끌고 탐험에 나섰다. 두 팀은 모두 실패했다. 스튜어트팀은 식량이 떨어지자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 빅토리아 팀은 7명의 남자를 그 땅에 묻은 채 돌아왔다. 북호주 탐험은 참혹했고 도대체 넘볼 수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생명체를 만나기 어려웠던 메마른 땅에선 벌레 한마리도 새로워 보인다.

그러나 이듬해인 1862년 1월 스튜어트는 다시 길을 나섰다. 지난 실패를 통해 배운 것들을 보완하여 이번에는 10명의 남자와 71 마리의 말을 이끌고. 탐험길은 여전히 험악했다.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제한적이었고, 하루하루가 투쟁이고 사투였다. 그는 그렇게 7개월을 사막에서 헤매었고 7월 25일 마침내 북호주에 최초로 깃발을 꽂았단다.

그러나 대단했던 성취도 잠깐, 돌아오는 길은 더 처참했다. 작은 우물의 물조차도 말라 붙었고 오랜 아웃백 생활로 몸이 성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타지도 못한 채 400 마일을 말 두 마리가 끄는 앰뷸런스에 실려서 돌아왔단다. 탐험팀은 모두 무사했지만 그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고통에 시달리다 4년 뒤 세상을 떠났다. 스튜어트가 걸었던 길들은 세상에 알려졌다. 그 탐험길을 따라 전화선이 곧 놓였고 그 길 그대로 고속도로가 닦였다. 그 고속도로엔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의 탐험으로 중앙 호주와 북호주가 드디어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 내내 스튜어트 하이웨이를 달렸다. 하루 종일을 달려도 인적이라곤 없는 길들이다. 메마르고 광활한 땅을 달리다 어느 휴게소에서 스튜어트의 일생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읽었고 울컥했다. 도대체 이 길을 무슨 수로 탐험을 한 거란 말인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차를 끌고 지도를 들고, 아무리 오지라 해도 두어 시간에 한 번쯤은 주유소와 간이 휴게소가 어김없이 나타나는 잘 닦인 하이웨이를 달리는데도 힘들고 놀랍고 참으로 기가 막힌 길인데…

그가 지도도 없이 핸드폰도 없이 고작 말을 끌고 이 길 없는 사막을 헤맸다는 사실이 찡하게 다가왔다. 나는 원래 위인전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위인의 삶에 거리감을 느끼는 편인데, 이렇게 그가 만든 그의 이름이 붙은 길을 달리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니 가슴이 울컥 대고 참을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와 안내판 앞을 쉽게 뜰 수 없었다.

지금도 울룰루나 북호주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은 그의 탐험의 궤적을 시간을 두고 그대로 쫒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긴 운전 중에 종종 그의 인생과 고난을 생각하게 됐고, 그가 목숨을 바치며 탐험했던 그 시간과 공간을 그대로 지나며 그를 만났던 것이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의미였다. (2012/10/31 씀)


사진은 노던 테리토리 킹스 캐년 Northern Territory Kings Canyon 국립공원.


-어제 신문에서 김홍빈 대장의 히말라야 조난 소식을 읽었다.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또 도전하여 위험을 자초했을까..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탐험가란 그럴 수 밖에 없는, 목숨을 다 걸어도 그것 이외의 선택은 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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