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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9. 2021

호주 캠핑, 사막의 도마뱀 동물원이 놀라워.

도마뱀을 바라보며 했던 철학적 생각들.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로 불리는 호주 중앙 지역은 건조하고 더운 지역적 기후적 특성에 맞게 사는 동물들도 조금은 다른데, 이 지역인들은 다양한 도마뱀이나 뱀 들쥐 등등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이번 여행에서 여러 종류의 동물원을 들락이다가 스쳤던 생각들을 나눠보겠다.

이건 동물원에서 찍은 게 아니다. 앨리스 스프링 도심 번화가를 걷는데 (인사동 화랑거리와 분위기가 비슷한)사람들이 멈춰서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뭔가 해서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담한 뱀이 인간들을 호기심 있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뱀이 벗어 논 허물들.

이 지역의 도마뱀류만 모아 놓은 사설 동물원을 찾았다. 규모가 작아 별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이곳에서 이 동물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몇 시간 동안 나올 수가 없었다.   

바닥을 제 맘대로 돌아다니는, 사진도 찍고 등도 어루만져 주고, 사실 이들의 표면은 생각했던 것처럼 질척이거나 차갑지 않다. 매우 드라이하고 부드럽고 실크 표면처럼 매끄럽게 미끄러진다. 얼굴 표정을 보라.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짓지 않는가..^^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신의 창조물을 볼 때 늘 그렇지만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고 또 든다. 왜 안목 있다는 패션계의 거물들이 이들의 가죽을 보고 눈이 돌아가는지 이해가 된다.   

정교하고 미묘하게 이어지는 패턴들. 빈틈없이 규칙적으로 솟아오른 작은 돌기들.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반복되면서도 질리지 않게 변화가 이어지는 온화하고 품위 있는 빛깔의, 

혹은 화려하고 대담한.. 그런 모든 것들을 이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여쯤 전시된 동물들을 둘러보고 있자 전문가의 강좌가 열린다며 중앙홀로 모이라는 안내가 따른다. 20여 명 남짓함 관람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여행 중인 가족들이었다.   

강사는 뱀과 도마뱀을 목에 걸거나 손에 얹고 특징이며 생태들을 재미나게 설명해 주었다. 이 여인의 딸로 보이는 10살쯤 되는 소녀가 방학을 맞아 보조자로 나섰는지, 동물들을 우리에서 꺼내고 들여놓고 사람 사이를 돌고 하는 일을 척척 해내며 엄마를 잘 도왔다.   

상세한 설명회가 끝나고 관람객들이 직접 탐구하는 시간이 왔다. 저 커다란 구렁이가 파란 혀를 날름대며 아이들의 볼을 훑고 지나가자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예전에도 글에 적은 적이 있지만 호주 아이들은

지렁이를 손에 올리고 예쁘다며 놀고 거미를 보면 아름답다고 탄성을 지른다.    

어루만지고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게다가 이곳은 시간이 남아도는지 저렇게 손에 올리고 한 5분쯤은 데리고 놀다가 다음 이에게 넘기는 듯했다.;;  다음 아이는 저마다 다른 도마뱀을 관찰하고 있기에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다.ㅎ  

이 날도 아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조금 낯설게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뱀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단순한 취향 이상의 철학적 가치관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물론 호주에도 뱀을 보면 질겁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가령 징그러운 뱀을 봤을 때, 정력 증강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거나 그 가죽으로 만든 허리 띠나 핸드백을 갖고 싶어 하거나 뱀쇼를 열어 제 맘대로 주물럭 대며 유희하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대상을 존재가 아닌 '소유'의 가치로 판단하는 철학관 때문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인정을 할 때 소유욕에 눈이 멀었던 때와는 다른 시각에서 미를 찾아내고 그들을 존재 자체로 즐길 수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더 많이 소유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를 헤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고 그것이 성공이고 주목받는 삶이란 가치관이 주입될 때 자연은 파괴되고 그 속의 생명들은 죽어가고 그렇게 소유를 늘려가던 인간들은 결국은 상대 인간의 존재조차도 인정 못하고 경쟁하다가 범죄의 대상으로 여기다가 하며

마침내는 자신조차도 파멸시키는 것은 아닌가란.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강력 범죄들은 상대를 존재가 아닌 소유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음.. 그런 잡다구리 한 생각들이 복잡하게 스쳐 지나갔다. 어쨌거나 나는 앞으로 뱀을 먹지 않기로 했고 (지금까지도 안 먹었지만) 악어백에 눈독 들이는 인간들도 곱게 보지 않기로 했다. 악어의 생태 따위엔 관심도 없으면서 엄연히 소중한 존재를 제 소유의 대상으로만 해석하는 천박성을 지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날 부로 나는 내 관심과 애정의 대상에 뱀과 악어의 존재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악어가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2년 10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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