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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Nov 10. 2022

호주, 시각 장애인 '안내견'과 1년을 보내며

안내견 한 마리 키우는 과정은 이렇다.

호주 멜버른에 사는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 락다운이 이어지던 지난해 개를 한 마리 키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견을 찾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적당한 개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시각 장애인 안내견을 양육 관리하는 Guide Dogs Victoria란 단체를 알게 되었다. 갖태어난 강아지를 돌볼 자원봉사 가정이 되고자 지원했다. 1년이 지나면 강아지들은 센터로 돌아가 특수 훈련을 받고 테스트를 거쳐 안내견(Guide Dog)이 되거나 병원 요양원 등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반려견(Companion Dog)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백희를 처음 만난 날.

서류심사와 가족 인터뷰, 거주지 검사까지 까다로운 여러 절차를 거쳤고 합격자들은 예비교육 세미나도 줌으로 두어 차례 받았는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센터에서 대면으로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아이를 입양할 때도 이 정도로 할까 싶을 만큼 매 과정이 깐깐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준비하며 보낸 뒤 마침내 베키(Becky)가 우리 집에 왔다. 품에 쏙 안기는 두 달배기 레바도 강아지를 바라보며 나는 '백희'라는 한국 이름을 떠올렸다. 기쁨을 주는 하얀 개가 되라는 뜻이다.^^ (베키란 이름은 센터에서 일률적으로 알파벳 순으로 붙여준 이름이었다.)   

백희는 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아들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물려주었고 아침과 저녁을 챙겼으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데로 동네 한 바퀴를 같이 산책했다. 대소변을 며칠 만에 가려 뒷마당에서 볼 일을 볼 때는 다 같이 박수를 치며 '똑똑한 아이'라고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카펫을 물어뜯고 가구마다 다리를 갉아대서 낡은 천으로 일일이 감싸 놓아야만 했다. 아기를 키우는 집 마냥 위험한 물건들은 모두 치우고 높은 곳에 올려놓아야 했다. 어떤 날은 갑자기 다리를 절어 수의사와 응급 통화를 했는데 다행히 흔한 일이라며 진통제를 받아 와 먹이기도 했다.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한 교육 세미나는 늘 큰 도움이 됐다.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고 세세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몇 주마다 전문가들이 가정 방문을 하여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훈련도 시켰다.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백희를 지도해야 하는지도 일일이 알려주어 프로그램의 탄탄함과 개 한 마리 잘 키워보겠다는 그들의 노력에 몇 번씩 감탄을 했다. 게다가 사료와 예방 접종 정기검진 등 일체의 비용을 센터에서 지원했는데, 무수한 개인 기부자와 지방 자치 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이 프로그램을 왕성히 운영할 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까지 프로그램을 확장하며 안내견을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집으로 찾아 온 전문가와 함께 한 산책 훈련

백희는 우리 가족과 일상을 함께하며 쑥쑥 성장했다. 주변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해서 앞만 보고 걷기에 익숙해질 즈음 상점이나 쇼핑센터를 함께 다니기 시작했고 버스나 기차를 타는 체험도 했다. 교회에 함께 가서 예배를 드리고 이런저런 모임에도 참석했고 여행도 동행했다.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여러 사람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훈련된 안내견은 콘서트 홀까지도 간다고 들었다. 큰 음악 소리에 놀라지 않고 침착하며 두 시간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시각 장애인 주인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니 이 개 한 마리의 능력은 어디까지 인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낚시하며 바다를 즐기는 백희
교회에서 예배드릴  땐 '안내견 훈련 중' 이란 코트를 입었다. 이 코트를 입으면 누구도 개를 만지지 않으며 사람처럼 존중한다.
귀 염증 치료받은 뒤 깔떼기를 쓰고 자는 백희
안과 전문 수의사로 부터 정기 검진 받는 백희. 이곳에서 다른 가정에서 자라는 친 자매를 만나기도 했다.
백희와의 마지막 여행

우리는 그렇게 1년 여의 시간을 다사다난하게 보냈다. 나는 지금 백희의 짐을 꾸리고 있다. 내일은 센터로 돌아가는 날이다. 많이 아쉽고 그립겠지만 기꺼이 즐겁게 보내려 한다. 

'백희야, 지난 한 해 너로 인해 정말 행복했고 우리 가족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최선을 다해 훈련을 받으렴. 훌륭한 안내견이 되어 너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눈이 되어준다면 좋겠다. 네 이름처럼 새하얀 기쁨을 세상에 전해주라. 너의 당당한 모습을 보기 위해 졸업식에도 꼭 참석할게. 그때까지 안녕.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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