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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Feb 09. 2023

뉴질랜드 크루즈, 피오르드 국립공원이 놀라워.

세계 최대 국립공원 이야기

멜번에서 출항한 크루즈는 3일간 태즈매니아 바닷길을 항해하며 뉴질랜드 서해로 접어들었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아침부터 사람들이 분주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크고(뉴질랜드 전 국토의 5%에 해당) 세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 중 하나라는 피오르드랜드(Fiordland National Park) 절경을 배 위에서 감상할 준비를 하는 거였다.

14개의 피오르드 중 첫 번째인 밀포드 사운드를 통과한다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우리도 아침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갑판으로 나왔다. 멜번에서 떠날 땐 여름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남극과 가까워져 겨울 날씨였다. 두툼한 점퍼와 목도리 모자까지 몇 개 안 되는 방한옷들을 있는 대로 겹쳐 입었다. 

아! 미칠 듯 차갑고 신선한 공기.

눈앞에 하나씩 나타나는 산과 바위 호수 바다....

피오르드란 무엇인가? 중학교 지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얼핏 났다. 


빙하에 의하여 형성된 빙식곡(U자곡) 안에 해수가 침입하여 좁고 긴 내륙 협만에 발달한 해안을 일컫는 말이다. 만을 둘러싸고 있는 곡벽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폭포가 발달하여 있는 경우가 많다. 노르웨이 남서 해안, 북미 북서 해안, 칠레 남북 해안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드(1,210m)와 알래스카의 챠다므 해협(878m) 등이 유명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피오르드 해협은 북유럽에 있다며 생각 없이 달달 외웠었는데, 별관심도 없던 그들이 근 40년이 지나 내 눈앞에 나타났고 내 가슴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아! 인생이여! 

뉴질랜드 서해엔 500만 년 전의 빙하를 시작으로 근 200만 년 동안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14개의 피오르드가 200킬로에 걸쳐 형성돼 있고 이로 인해 수백 개의 호수와 U자 협곡 폭포 바위섬이 형성됐으니 그 풍경이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에 감동해 입을 벌리고 연신 사진을 찍었는데, 배가 서서히 움직일수록 모든 풍경들도 각도와 거리를 두고 시시각각 달라져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어떤 여행객은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아 피오르드에 접근도 못하고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며 이날의 날씨는 정말 완벽하고 우리는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추가 투어를 신청한 이들은 작은 배로 옮겨 타 더 가까이서 절경을 즐겼는데, 듣기로는 이들은 육로를 통해 산행을 하고 산장에서 1박을 한 뒤 다음 날 크루즈에 합류한다고 했다. 어떤 피오르드는 좁고 내륙으로 40킬로 까지 들어간다 하니 작은 배로 볼 수 있는 풍경은 또 다를  수도 있겠다. 육로를 통해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해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그 방법으로 둘러보고 싶기도 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자라는 특유의 동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포(세계에서 가장 큰 앵무새의 일종, 내륙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조사됨)는 포식자에게 잡아 먹혀 겨우 몇 마리 남았는데, 그걸 생태학자들이 연구소로 데려가 수년간 작업하여 지금은 216마리로 증식했고 일부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별생각 없이 지나가는 새 일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눈물겹도록 소중한 생명인 것이다. 

날씨가 추워 콧물이 나고 바람이 강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도 쉽지 않았지만 자리를 뜨기 어려웠다.

1773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곳을 발견하고 5주간 머무른 것이 첫 유럽인의 방문 기록이다. 이후 고래와 물개를 포획하는 이들이 대거 이주해 삶의 터전을 일구었고 1889년엔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공식 카이드 투어가 시작됐단다.

잠시 몸을 녹이려 배안으로 들어오니 느긋하게 앉아 선창을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추워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크루즈 측에선 갑판에 임시 바를 설치해 커피를 판다. 선실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들고 나와 마시는 건 무료다.


바위 위에서 햇빛을 즐기는 물개 무리와 돌고래 떼도 만났다. 오른쪽 사진의 하얀 점들이 고래들이다.

보호종이 아닌 사슴이나 퍼숨은 무료로 사냥할수도 있단다. 낚시면허를 취득해 호수에서 송어 낚시를 하기도 한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아이맥스 파노라마에 둘러싸여 보낸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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